두렵지만 ‘병적 공포’에 빠지지 말고 냉정하게 관찰할 때
“사람 간 거리 넓혀 백신 개발 위한 시간 버는 일” 필요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코로나 포비아’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극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 동료 의사들에게 “나도 의사 동료들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대구는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가 매일 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라며 대구를 구하는데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회장의 간곡한 호소에 전국 205명의 의사들이 대구로 향했다는 소식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아래에서 불굴의 의지로 의사들이 힘을 모으면서 코로나19의 퇴치를 향한 앞으로의 국면에 많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지만 일반 시민들의 ‘코로나 포비아’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포비아(phobia)’라는 말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병적 공포’다. 포비아라는 심리적 상태에서 벗어나 전국민이 힘을 합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보다 냉철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수치를 중심으로 코로나를 차분히 들여다 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려움 속에서도 지난달 25일 이후 205명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대구를 향했다. 사진은 의료인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옮기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사진 출처=KBS
두려움 속에서도 지난달 25일 이후 205명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대구를 향했다. 사진은 의료인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옮기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 출처=KBS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타난 이래 지난달 28일까지 2천337명의 확진자를 낸 코로나19의 양상은 압축하자면 ‘전파력은 높고 치사율은 낮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숫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는 2월 11일까지 4만4천672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돼있다. 분석 결과를 환자의 연령별로 나누어 보면면 코로나19의 치사율(사망자 수/확진자 수×100)은 80세 이상 14.8%, 70대 8.0%, 60대 3.6%, 50대 1.3%, 40대 0.4%, 30대 0.2%, 20대 0.2%, 10대 0.2%, 9세 이하 0건이다. 성별로는 남성 2.8%, 여성 1.7%이다. 기저질환별 치사율은 심혈관질환 10.5%, 당뇨병 7.3%, 만성호흡기질환 6.3%, 고혈압 6.0%, 암 5.6%, 기저질환 없음 0.9%로 나타났다.

질병 치명도는 집에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음 80.9%, 폐렴 증세와 호흡곤란을 보임 13.8%, 호흡기 기능 상실, 패혈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4.7%, 사망 약 2%이다.

국내의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더 낮다. 지난 28일 16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총 7만8천830명의 검사가 진행됐고 2천337명의 확진자중에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치사율은 0.55%이다. 국내의 통계로 잡힌 사스 9.6%, 메르스 약 38.6%의 치사율에 비교해도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전파력이라는 요소를 대입할 경우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 8천96명이 감염돼 774명이 사망한 사스, 약 1천3백여 명이 감염돼 5백여 명이 사망한 메르스(메르스는 사스와는 다르게 현재도 인체감염이 지속되고 있다)에 비교해볼 때 코로나19의 전파력은 훨씬 높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지난 1월부터 2월 28일 현재까지 전 세계 42개국에서 8만3천157명의 감염확진자가 나타났다.

지난 20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의 파급력이 1918년의 스페인 독감보다는 낮고 1968~1969년의 홍콩 독감보다는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신종플루보다 중증도가 높다고 확신한다며 최악의 경우 한국 인구의 4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10%가 폐렴으로 진행됐을 때 치사율은 0.04%, 사망자 수는 2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론했다. 충분히 포비아를 느낄 수 있는 추론이다. 그러나 병적 공포심에 시달리기만 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냉철히 생각해보면 맞춤형 백신이 없기는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적지 않은 완치자가 이미 나왔고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조금 넓고 멀리 본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책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오 위원장이 지역 감염의 징후가 분명한 지금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로 제시한 “집회 자제, 학교 휴교,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 간 거리를 넓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 백신을 개발할 시간을 버는 것”도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서는 불가능하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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