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목적하는 바는 따지지 않고 그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하는 합리성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그 목적 자체가 애초에 타당한지 따져보는 합리성이 있기도 하다. 전자를 학자들은 도구적 합리성이라 부르고 후자는 비판적 합리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합리성을 두고 이런 분류를 하면서 학계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문제는 개인과 사회의 공존이라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다 보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포착하고 있는 공멸 가능성도 사실은 이런 합리성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개럿 하딘이라는 미국의 한 생물학자가 1968년에 낸 논문에서 제시한 이 개념은 공동체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그 자원은 결국 고갈되어 공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가령 100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목초지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목동들이 도구적 합리성만 좇아 저마다 한 마리라도 더 길러내겠다고 양을 풀어 100마리 이상의 양들이 풀을 뜯게 되면 목초지는 재생능력을 잃어 더 이상 쓸 수 없는 황무지가 된다는 이치다. 

지금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사람들이 도구적 합리성만 좇다가 공동체의 공멸을 자초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함께 극복하려 들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감염병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당장의 이익만 좇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가래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다. 지난달 22일과 23일의 주말 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정광훈 목사는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이다. 오히려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안위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발언이다. 서울시가 당시의 주말 집회를 금지한 이유는 집회 참석자 의 안위뿐만 아니라 집회를 통해 서울시와 대한민국 전역으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런 고려는 한 치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들의 고통과 갈등을 해결해 주어야 할 정치권도 다를 바 없다. 야당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을 중국인 입국금지로만 몰아가 여당과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여당은 감염확산의 원인이 신천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흘리면서 제1야당과 신천지교회의 연관성을 부각시켜 타격을 주려하고 있다. 어느 쪽이나 다 공유지의 비극을 만들어낼 수 있는 행동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중국 입국을 금지하지 않아서 코로나19사태가 났다’고 생각하거나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은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싸우고 있으면 코로나19를 잡기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은 불가능하다.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제발 이제는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나의 삶이 아니라 전체의 삶이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희생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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