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지 (전교조 춘천·화천 중등지회 조합원)
최일지 (전교조 춘천·화천 중등지회 조합원)

2019년 3월 출근길이었다. 길가 전광판에 주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강원도교육청 2020학년도 평준화지역 입학전형 선지원 후추첨으로 변경”

2018년까지 중학교 3학년 담임을 했었지만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출근 뒤 관련 공문을 찾아보았다. 선지원 방식으로 바꾼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이나 기준은 없었다. 세부 내용은 추후 발표한다고만 쓰여 있었다. 공문을 찾아보고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심지어 중3 담임도 모르게 제도가 바뀌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입학전형 확정 시한이 다 돼서야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했다. 2지망까지 지원하고 선지원으로 50%를 선발한다고 한다. 무슨 근거로 이런 규정을 정한 것인지는 설명이 없었다. 9월에 발표된 전형에 맞추느라 학교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가뜩이나 고입일정은 빠듯한데, 전형방식이 바뀌다 보니 혼란이 커졌다. 

춘천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각각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5개다. 한두 학교를 빼면 시내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거의 비슷하다. 통학 거리는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럼 학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학교를 지원했을까. 여러 가지 기준과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선지원을 진행하는 원서 접수 시기에 학교 현장에서는 대학 입시와 평판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느 학교가 입시 결과가 좋다더라, 생활기록부를 잘 써준다더라’하는 소문이 학부모 사이에서 크게 돌았다고 한다. 교사는 학생과 진학 상담을 하며 학교를 평가해야 했다. 5개 중 2개 학교를 고르면서 학교의 어떤 면이 좋고 어떤 면이 부족한지 평가했다.

결국 엄청난 선호도 차이가 발생했다. 어떤 학교는 대부분이 가고 싶어 했고, 어느 학교는 반에서 한 명도 지망하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은 그 학교가 어디인지 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호의 차이는 고착된다. 이게 바로 학교 서열화다. 학교 서열화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고교평준화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차별, 분리교육이 아니라 평등교육을 실현하고자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어느 학교에 진학하든지 똑같이 좋은 교육을 받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지원 학교배정은 이 믿음을 깼다. 

무작위추첨 6년 동안 어느 학교에 가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정착되고 있었는데, 다시 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등학교 배정이 발표되던 날 한 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차라리 시험 봐서 고등학교에 갔으면 좋겠어요. 1, 2지망이 다 안 되고 원하지도 않는 학교에 가서 너무 억울해요. 성적으로 가면 제가 더 좋은 학교 갈 수 있는데.”

학생의 마음에 억울함을 심어주고, 학교를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이 강원도교육청이 말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인지 묻고 싶다. 잘못된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