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위장전입: 지난 2월 14일 미래통합당으로 합류를 의결한 새로운보수당의 마지막 당대표단 회의에서 “원칙과 명분이 없는 보수통합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 것입니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를 혁신하겠다던 정운천 공동대표가 바로 한 시간쯤 뒤 돌연 탈당했다. 보수야권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날이었다. 정 의원 입당으로 현역 의원 5명을 채우게 된 미래 한국당은 5억 원 넘는 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의석수가 4석이었다면 2천만 원 정도였을 국고보조금이 5명의 기준을 넘기면서 5억7천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래한국당이 추가 영입으로 의석수를 계속 늘려 3월 말 전에 20석 이상을 확보하면 최소 50억원 이상의 선거 보조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전과세탁: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10명 중 3명 이상이 전과자라고 한다. 지난 2월 11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 2,129명의 이력을 중앙일보가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는 전과 10범 노조활동가부터 살인 전과자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부끄럽지 않다’는 전과는 빼고 일반인의 관점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전과라고 판단되는 것만 나열해 보자. 장물보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위반, 건축법 위반, 도로법 위반, 약사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절도, 성폭력(통신매체이용음란)….

범법 행위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음주운전이었다. 정당별로는 배당금당 86건, 한국당 62건, 민주당 37건 순이다. 배당금당 서금석(제주을) 예비후보자는 음주운전 전과만 4건이고 2011년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까지 했단다. 음주운전을 2회 이상 기록한 예비후보는 33명, 2018년 12월 7일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예비후보도 5명이나 된다. 

후보자의 절반 이상이 전과자인 지역구는 235곳 가운데 51곳(21.7%)이고 전과자가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지역구는 5.9%(14곳)에 불과했다고 하니 우리는 더 이상 깨끗한 후보를 고른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 그냥 선거에 동원되고 있는 투표기계일 뿐이다.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겠지만 돈 벌기 위해 탈법과 불법을 편법으로 알고 저지른 범죄는 용서하지 말자. 제 기분 좋으라고 술을 목구멍으로 마구 넘기고 그 기운에 넘쳐 운전대를 잡았던 그 용맹무지와,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강제추행과 성폭력 등은 학연, 지연, 혈연에서도 끊어내고 가슴에 들이지도 말자.

국민을 대신한다는 대의기관이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되고 온상이 되다 보니 이제는 어둠의 자식들마저 순진무구한 국민들을 ‘꼬리칸’에 태우고 끊임없이 돌기만 하는 설국열차의 엔진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천국까지 가는 열차를 자기가 몰아야 한다며 엔진칸으로 보내달라는 음주운전자가 뻔뻔스레 동네마다 얼굴을 내밀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의 현재보다 더 끔찍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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