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신동면 정족리에는 강원도문화재로 지정된 두 채의 오래된 가옥이 서로 멀지 않은 곳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최재근 가옥과 김정은 가옥이다. 두 집 모두 1985년 1월 17일에 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지정 번호는 각각 제65호, 제68호이다. 정족리는 한자로 鼎足里라고 쓴다. 우리 고유어로 부르면 솥발 정도가 된다. 옛날 사람들은 부르기 편하게 솥바리라고 하였고 이에 따라 두 가옥은 마을 사람들이 예로부터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마을 이름을 따서 최재근 가옥은 솥바리 옛 기와집으로, 김정은 가옥은 솥바리 큰 기와집으로 불렀다.

최재근 가옥.
최재근 가옥.

두 집 모두 안채와 사랑채로 나뉘는 전형적인 한옥의 구조로 이루어졌으나 최재근 가옥은 ㅁ자형, 김정은 가옥은 ㄷ자형이라는 차별성을 지닌다. 최재근 가옥은 1917년에 건립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넘는 유서를 지닌 고택으로, 대청마루 앞의 들장지문이 특징이다. 겨울에는 장지문을 닫아 한기를 막고 반대로 여름에는 장지문을 들어 올려 대청마루 앞을 시원하게 이용한 옛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와 달리 김정은 가옥의 특징은 안채 앞에 3개의 팔각 주초석을 세우고 함석으로 차양막을 설치한 점이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강원도에서는 이 김정은 가옥과 강릉 선교장의 열화당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다.

김정은 가옥.
김정은 가옥.

두 집 모두 같은 목수가 지었다고 하는데 최재근 가옥을 먼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가옥에는 집터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본래 집터가 도깨비터로 알려져 사람들이 꺼리던 곳이었는데 김정은 가옥의 먼 선대가 집을 짓고 살던 중 집 뒤의 나무가 벼락을 맞아 쓰러진 뒤부터 집안이 번창하였다는 전설이다.

요즘 나라 전체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끄럽고 어지럽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아늑하고 멋스러운 옛 한옥을 찬찬히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도 봄날의 운치 있는 놀이일 것이다.

춘천학연구소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