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지난해 12월, 핀란드의 산나 마린(Sanna Mirella Marin)이 34세의 나이로 총리에 선출되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핀란드 정당 중 3개 정당 대표 역시 30대 초반이라는 사실은 청년 정치인의 활약이 저조한 우리 사회와 큰 대조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북유럽처럼 청년들이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에서 정치 교육을 지금보다 더 잘하면 되는 것일까?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매번 총선 때가 되면 ‘청년 인재’라는 이름으로 각 당에서 청년들을 내세우며 청년 이슈를 선점하려 한다. 하지만 각 정당의 공천 심사 과정을 지켜보면, 청년들이 ‘드러나기’보다는 청년들이 ‘들러리’가 되어 기존의 정치 세력에게 간택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과연 우리 사회에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시민들이 정치적 대표가 될 수 있는 적절한 절차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정치적 대표가 되는 과정이 제한적인 상황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대표’는 말 그대로 ‘단체를 대신하여 대표로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대표가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권력을 누리며 군림’해야 하다 보니 나이가 적은 사람이 대표가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된다.

과거의 학교 임원이 그랬다. ‘반장’은 학교장의 임명장을 받았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대표’의 역할이 아니라, 학생 사이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또한 전교 임원회는 전교의 반장들이 모여, 학생 선도 활동 등 어른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하는 기구로 머물도록 요구받았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반장’을 뽑지 않고, 대표로 학급 회의를 진행하는 ‘회장’을 뽑고 있다. 그리고 ‘회장’이라는 칭호도 ‘학생 대의원’ 혹은 ‘학급 대표’라고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교 임원회의’ 역시 ‘학생 자치회의’로 바뀌면서 학교의 운영과 학생 자치 관련, 교사·학부모와 함께 자신들의 의견을 학생의 입장으로 조율하는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최근 수업방식도 학생들의 능동적 수업 참여와 학생들 간의 협업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모둠활동 역시 과거와 같이 단순히 ‘이끄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의 구분을 넘어 수평적 관계와 동등한 발언권이 강조되고 있으며, 리더십 역량 외에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촉진자(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로서의 역량이 부각되고 있다.

북유럽의 젊은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단순히 그 나라에 특출나게 정치적으로 유능한 젊은이들이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기대 속에서 청소년 시절부터 학교의 학생회는 물론 수업 과정, 다양한 사회 활동 속에서 실제적인 협업과 의견 나눔, 조율의 경험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및 청년 정치인에게는 기성 정치세력의 ‘인재 간택’이나 아니라 시민과 그 대표로서의 역량을 점진적으로 성숙시킬 경험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4월 총선은 우리나라에서 만 18세가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는 총선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줄어든 상태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청소년의 선거권과 정치 참여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다. 만 18세 청소년의 선거권은 단순히 기존 정치 세력이 이들의 환심을 사서 표를 얻어내려고 부여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치적 주체로 자랄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하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 부여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총선 과정에서 청소년의 선거권과 관련하여 우리가 나눠야 할 이야기는 ‘어린 학생들의 가벼운 판단’ 혹은 ‘학생들의 올바른 선택’ 과 같은 ‘18세 시민을 품 안에 둔 아이처럼 대하는 논평’이 아니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적절한 정치적 대표를 그들과 함께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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