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의 봄내 춘천은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겨울이 시작된 듯 마음들이 얼어붙었다. 예정된 모임이나 계획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새봄과 새 학기를 맞아 한참 붐벼야 할 중앙로나 명동 번화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한산하다. 운동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던 소양강가 산책로도 마스크를 쓴 시민 한두 명 보이는 것이 고작이다. 

주말 오전 기자가 사는 집 근처에 위치한 소양1교를 걸어서 건너봤다. 소양1교는 길이 395m, 폭 6m로 1933년인 일제강점기때 세워져서 87년간을 춘천시민들과 함께했다. 한국전쟁 당시 소양1교는 소양강을 남과 북으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교량이였기 때문에 이곳을 건너려는 북한군과 이를 저지 하려는 국군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었다. 

봉의산과 고즈넉한 조화를 보이는 소양1교의 자태
봉의산과 고즈넉한 조화를 보이는 소양1교의 자태

지금도 교각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포탄과 총탄 자국 등 그때의 상처들이 교각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우두동에 사는 어르신들은 소양1교를 ‘곰보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낡고 오래된 소양1교는 1970년대 이후 소양2교를 비롯한 신설 교량들에게 서서히 터줏대감 자리를 내어주었다. 몇 해 전 대대적인 안전검사와 보수공사를 통해 재개통하여 여전히 춘천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오래되고 낡은 교량이라 차량높이는 1.8미터로 제한되고 일방통행만 허용되고 있다. 

가끔 다리에서 투신자살자들이 발생하는 바람에 다리 중간에 생명의 전화와 인명구조함도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되돌릴 수는 없어도 다시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등 교량 곳곳에 자살예방 표어들이 붙어 있다. 

한국전쟁 때 소양1교를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국군이 벌인 치열한 전투로 교각에 포탄과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우두동 어르신들은 ‘곰보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전쟁 때 소양1교를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국군이 벌인 치열한 전투로 교각에 포탄과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우두동 어르신들은 ‘곰보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양1교 주변에는 물안개가 자주 낀다. 이른 아침 자욱이 낀 물안개를 보면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그 덕인지 MBC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타이틀 영상과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소양1교가 등장한다. 

기자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며 소양1교를 건너고 있는데 위에 한 무리의 강태공들이 긴 낚싯대로 팔뚝보다 굵은 누치들을 잡아 올린다. 해마다 3월 초순이면 누치떼들이 소양강 상류 쪽으로 알을 낳으러 몰려온다고 한다. 다리 밑에 누치떼들이 몰려 다니는 것이 보인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맑은 물이 흐르는 춘천의 명소로 소양1교가 오랜동안 춘천시민들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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