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용·최정혜 부부

모종린 교수가 쓴 《골목길 경제학자》에 의하면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왠지 낯설기만한 이 용어를 그나마 쉽게 이해하려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어떨까. 춘천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정착하여 지역을 재해석하고, 지역과 사람, 자원과 사람의 관계와 연결을 통해 춘천을 콘텐츠화하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강승용(46), 최정혜(38)부부의 이야기다. 

 

승용 씨와 정혜 씨는 현재 춘천을 기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념품샵 ‘춘천일기’를 육림고개에서,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스테이’를 옥천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승용 씨와 정혜 씨가 만나게 된 것은 어느 광고회사였고, 그렇게 알게 된 두 사람은 오랜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에 이르렀다. 2017년 5월 이후 춘천으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다. 

결혼 후 별 생각 없이 하게 된 춘천 여행이 그들을 춘천에 정박하게 했다. 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두 사람은 홀린 듯 춘천에 정착하기로 한 것일까?

강승용·최정혜 부부
강승용·최정혜 부부

여행 첫 날 닭갈비를 먹고는 육림고개 끝자락의 오래된 막걸리집에 가서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인근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식당 사장님도 너무 친절했어요. 어디 관광지를 간 여행은 아니었는데 그 짧은 1박 2일 동안의 여행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당시 결혼 3년 차 부부였던 그들은 바쁘게 일상을 보내는 중에도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캠핑과 백팩킹을 다니면서 도시를 떠나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몇 개의 후보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저희가 가장 많이 알아본 곳이 강화였어요. 친정이 김포라 가깝기도 하고 춘천만큼이나 강화도 자원이 많잖아요. 그래서 거의 한 1년 동안 계속 갔었어요. 집도 알아보고 땅도 알아보고, 거기서 이런저런 일을 해보고 싶어서 매주 갔는데, 춘천과 강화가 달랐던 포인트가 있었어요. 강화는 지난주에 갔다왔는데 이번주에 또 가야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춘천은 그렇지 않았어요. 처음 오고 아, 여기구나 생각한 뒤 3개월 동안 매주 한 번도 안 빼먹고 왔어요. 차로, 열차로 다녀오고 그랬는데 오면 올수록 좋은 거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게 되는 전원생활의 낭만과 여유로운 일상을 누리게 되었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했다. 승용 씨는 지인과 강원대학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여 창업을 하기도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진 않았다. NGO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었던 정혜 씨는 춘천에 왔지만 잠깐 서울에 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부부는 자기 집을 상품으로 내놓는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하려고 얻은 집은 아니었지만 방 한칸을 내놓았다. 

옥천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스테이’

에어비앤비가 적당히 됐던 거 같아요. 저희가 그래도 대출이자도 내고 전기세, 수도세 정도 비용을 낼 수 있는 정도로. 그게 금전적인 것도 컸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우리 집에 온 친구들이 춘천에서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정해진 관광코스가 아닌 우리가 가본 곳의 맛집과 명소를 지도로 만들게 되었고 이걸 온라인으로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그들의 집에 머물다간 사람들에게서 “아무것도 아니었던 춘천이 이런 경험 때문에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곳이 되었다”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감동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춘천에서 자신들의 일의 방향, 즉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 번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가 왔었는데, 남편은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떨어져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첫 국내 여행을 춘천으로 와서 저희집에 머물렀는데 때마침 저희 결혼기념일과 겹쳐서 같이 춘천 호수 근처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물소리를 들으며 별도 보았는데 저희도 재미있었고 그 친구들도 좋았나 봐요. 너무 고맙다며 남겨준 감동적인 후기를 보면서 깨달았죠. 그동안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지금 춘천에 뭐가 없으니깐 그걸 하면 잘되지 않을까 분석적으로 접근했다면 그때부터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춘천일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춘천을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이고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늘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지만 매일 다른 감정으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생각을 담아서.

부부는 전공하고 일했던 디자인·홍보·마케팅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춘천을 알리고 기념 할 수 있는 제작상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때마침 육림고개 청년몰에 입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구봉산에서의 에어비앤비를 접고 그들이 처음 춘천에 왔을 때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로컬크리에이터로서도 지역에서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작년에는 꽤 여러 사업에 참여하여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관광자원화하는 일을 했다. 약사명동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진행한 기획공모사업에서는 동네에 살고 있는 아이들, ‘춘천일기’에 우연히 들렀다가 ‘동네작가’가 된 분들이 함께 마을을 다녀보고 그림지도를 만들었다. 실제로 이 지도를 가지고 춘천을 여행 온 사람도 있었단다.

지역 소상공인과 지역 예술가가 짝이 되어서 소상공인이 시도하지 못했거나 필요했던 디자인과 예술적인 도움을 주는 ‘동네짝꿍’이라는 프로젝트에서는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브리즈바이춘천’이라는 춘천 두 달 살기 프로젝트에서는 청년들이 춘천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워킹투어를 하고 나만의 여행코스를 지도로 만들어보는 일을 하기도 했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하고 부부의 ‘춘천일기’가 주관한 지난해 로컬디자인포럼 프로젝트에 참여한 참가자들.      사진 제공=최정혜

육림고개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하고, 청년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브랜딩하는 일 등을 통해서는 참여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 과정에 연결된 다방면의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자원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작업들을 했다. 

  춘천에 사는 사람들은 춘천을 좀 더 새롭게 만나고, 춘천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만나는 ‘찐’ 춘천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나 행사 아니면 책이나 지도,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춘천 이외 지역의 행사에도 나가고 있는데 춘천을 만나는 게 꼭 춘천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 조금 다른 곳에서도 춘천을 만나고 그 만남이 좋은 기억으로 이어져서 춘천을 오게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들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살러 온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며 그저 춘천이 좋아서 하는 것 뿐이라는 두 사람.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과연 이들만큼 춘천을 좋아하는 이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천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든든해지는 건 무엇일까. 그들이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미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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