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읽기 | 무얼 어떻게 누구와 먹을까?
《민들레》 읽기 | 무얼 어떻게 누구와 먹을까?
  • 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20.03.1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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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반찬을 매일 고민하는 엄마와 도시락 가방을 빙글빙글 돌리며 들고 다녔던 동생과 나. 이리저리 돌리다 운동장에 내팽개쳐지기도 하면 도시락 가방에선 김칫국물이 빨간 눈물을 흘렸다. 간혹 같은 반찬이 여러 날 담기면 괜스레 아이들 앞에서 짜증이 나기도 했고, 아이들 중엔 도시락을 꺼내는 시간에 늘 혼자인 경우도 있었다. 그땐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지만 말이다. 6학년 때 학교급식이 시작되었다. 도시락을 챙길 필요가 없다는 것과 교실이 아닌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신선했던지 생생하다. 그저 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모두 같은 메뉴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당시 도시락의 격차에서 자유로워지는 평등한 변화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도시락이 별식인 세대이다. 학교급식이 감사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늘 같은 일상이 되는 획일적인 식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간혹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식사를 거르거나, 학교 밖에서 먹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를 향해 답답해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다만, 급식을 단순히 먹는 것의 잣대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은 내내 작동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학교급식에 변화가 생겼다. 지역생산물을 우선적으로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라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각 학교와 함께 기존의 방식들을 변화시키느라 적잖은 어려움도 겪어가는 듯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들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여전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 《민들레》에는 급식 세대 아이들에 대한 생각거리들이 다채롭다. 음식과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환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들이 우리에게도 움직이라고 채근하는 것 같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지에 따라 성장기 청소년들의 사회성 향상과 반사회적 성향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연구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들이 친환경 먹거리를 중시하며, 식품첨가물에 예민해지는 것은 근거 있는 행동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게 만든 중간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과 생산자에 대한 접점, 그리고 음식을 향한 창의성이 일상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소개된 사례 중 ‘건강한 밥상을 꿈꾸며’라는 한 고등학교의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친환경 생산방식의 사회적 기업들을 방문하며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지역 먹거리라는 대안을 실행으로 옮긴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환경과 지역주민들이 건강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의미와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스티븐 리츠라는 한 빈민가 교사는 녹색프로젝트와 ‘먹는 교실’이라는 사업으로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배움과 삶의 연결, 먹거리와 일자리의 연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결을 위해 교실에서 채소를 재배하여 아이들과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든다. 이 모델은 세계 시민들의 연대로 확산되기도 했다. 최근 학교급식을 둘러싼 여러 지자체의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주는 대로의 급식에서 ‘선택 급식제’로 채식운동 등의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선택권을 부여하거나, 카페테리아 형태의 공간의 변화, 학생이 주체가 되는 급식운영 등이 논의되고 있다. 평범하게 만나는 ‘한 끼’가 삶과 연결되고 건강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 특별메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의 삶이 허기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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