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의 축복
[사설] 코로나19의 축복
  • 춘천사람들
  • 승인 2020.03.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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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있자니 답답해 웃자고 한 말이라 전제하면서 주로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부부의 고백’ 시리즈는 코로나19를 맞은 이 어려운 시기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고 운을 떼면서 남편의 고백 편에는 ‘일단 와이프가 어디 여행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코로나19가 선물이라 설파한다. 이를 받아 아내의 고백 편에서는 ‘장을 못 보는 줄 아니 대충 먹여도 감사해 한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조금은 가벼워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갈 수 있는 이런 발상의 전환 말고도 사뭇 진지하게 와 닿는 사연도 있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법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야기다. 대구의 한 할머니가 휴대전화로 글쓰기 모임 지인들에게 보낸 ‘비우니 채워지더라’는 제목의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오늘은 갈치, 내일은 고등어. (중략) 냉동실 발가벗고 나니 은행 갈 일 별로 없고 한 달 생활비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부자 된 기분이다. (중략) 코로나만 아니면 좀 답답해서 그렇지 비우고 나니 얻는 것도 많음을 깨달았다. 혼자 즐기는 법도 배우고 각자 위생을 챙기면서 희망을 가지면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후략)”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실 코로나19로부터 한국사회나 인류가 얻어낸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밖에도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우선 몸으로 체험하는 지역감정해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병실이 모자라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대구의 환자를 광주와 전주에서 수용했고 지역민들은 한술 더 떠 물질적, 정신적 성원을 보내고 있다. 말로만 하는 동서화합이 아니다. 

아직도 주요 정당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서로의 잘못이라며 싸우고 있지만 SNS 등에서는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넘어서 하나가 되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상대방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메시지다.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정당의 전위부대라도 된 양 광장에서 매체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행동은 정치가 아니라 종교라는 생각마저 드는 상황인데 이를 개선할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치가 이렇듯 종교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의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가 정치화되어가고 있다. 사실여부는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신천지 교주가 대통령 이름이 쓰여진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자신들의 다양한 행사에 이런저런 정치인을 등장시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전광훈 목사 등을 보면 비단 신천지만의 일이 아닐 터이니 종교의 정치화라고 해서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19가 이런 사실을 들여다보게 했다.

일일이 더 들자면 적지 않다. 코로나 초기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던 서구에서도 ‘공평하게’ 코로나 열풍이 덮치자 이런 발상이 얼마나 우매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동물의 대량 사육과 같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무한질주가 낳은 폐단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얼마나 더 자주 얼마나 더 크게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중국의 언론통제가 없었더라면 문제를 제기한 의사를 포함해 우한 지역의 많은 의료인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일담은 민주주의 투명사회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켰다. 

코로나19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진정한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깊은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함께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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