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광장에서 소양로 현대아파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성당 표지판이 보인다. 성당은 봉의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 나무숲에 가려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60년이 넘는 세월을 그 자리에 있었건만 웅장한 건축에 뾰족 솟은 종탑이 없어서일까,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그곳에 오래된 성당이 있는 줄 알지 못한다. 등록문화재 제161호로 지정된 소양로 성당(모수물길 22번길 26)이다.

1945년 광복 이후 춘천교구 본당인 죽림동 성당은 신도 수가 나날이 늘어갔고 새 본당이 필요했다. 이에 분당을 계획하고 소양로에 있던 죽림동 본당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했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소속 콜리어 앤서니(Collier. Anthony)가 초대 주임신부가 되었다.

그해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모두가 피신할 때 앤서니 신부는 신자와 부상자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틀 후 27일 북한군이 춘천에 들어오고 앤서니 신부는 피체되었고 총구 앞에 희생되었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왼쪽) 선교지 Far East에 실린 신축 당시 사진(1956)(오른쪽) 소양로 천주교회 항공사진(2011)
(왼쪽) 선교지 <Far East>에 실린 신축 당시 사진(1956), (오른쪽) 소양로 천주교회 항공사진(2011)

전쟁이 끝나고 춘천교구장 구인란(具仁蘭, Tomas F. Quinlan) 주교는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사제들을 기념하기 위해 춘천 소양로, 삼척 성내동, 동해 묵호 세 곳에 성당 신축을 계획했다. 당시 소양로 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버클리 야고보 신부가 성당 신축공사를 담당하게 되었고, 야고보 신부에게는 성당 건축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는 로마 성지순례를 할 때 반달 모양의 성당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는데 기회가 있으면 그와 같은 성당을 짓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던 터였다. 

마침내 기회가 오자 새 성당을 반달 평면 모양으로 설계했다. 기쁨도 잠시, 반대 여론이 많았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직사각형의 뾰족한 종탑 모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지, 건축부지가 봉의산 가파른 언덕에 위치하고 길쭉한 대지인 탓에 많은 신자가 앉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건축물이 필요했다. 반달 모양이 꼭 들어맞았다. 1955년 3월에 시작한 공사는 1956년 9월 3일 완공되었다. 어려웠던 시기에 신자들의 육체적인 노력 봉사를 통해 일구어낸 결과였다. 

건축 양식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치형 모양의 버팀벽과 천정의 몰딩은 고전적 기법이고 반원형 평면의 외형과 소박하게 처리한 실내외 외관은 현대건축의 간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소양로 성당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로 성당 건축의 고전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혼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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