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24절기와 세시풍속] (2) 낮과 밤의 길이가, 추위와 더위가 같아지는 ‘춘분’
[기획연재: 24절기와 세시풍속] (2) 낮과 밤의 길이가, 추위와 더위가 같아지는 ‘춘분’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03.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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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이 어느덧 노랗게 솟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음을 졸이느라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지만 어느덧 춘분이다.

춘분은 경칩과 청명의 중간에 드는 절기로 양력 3월 21일 전후인데 올해는 20일이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춘분점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의 기운이 정동에, 음의 기운이 정서에 있으므로 춘분이라 한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이날 조정에서 빙실의 얼음을 꺼내기 전에 북방의 신인 현명씨에게 사한제를 올렸다. 《고려사》에는 “고려 의종 때 상정한 의식으로 사한단 맹동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에 제사한다. 신위는 북쪽에 남향으로 설치하고 왕골로 자리를 마련하며 축판에는 ‘고려 국왕이 삼가 아무 벼슬아치 아무개를 보내어 공경히 제사합니다’라고 일컫고, 희생제물로는 돼지 한 마리를 쓴다. 제사하는 날에 상림령이 복숭아나무로 된 활과 가시나무로 만든 화살을 빙실 문 안 오른쪽에 마련해놓고 제사가 끝나도 그대로 둔다. 사관이 재배를 하고 삼헌을 하며 축은 불에 태우고 음복을 한다”고 기록돼 있다.

입춘이다. 《춘천사람들》 신문사 앞 담벼락에도 노란 산수유가 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대에 얼음은 부패를 막아 건강을 지켜 주는 소중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얼음을 빙실에 저장하거나 꺼낼 때 북방의 신인 현명씨에게 사한제를 올린 것이다.

춘분에는 날씨를 통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쪽에 푸른 구름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적당하여 보리 풍년이 들고, 만약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한다. 이날 구름의 기운을 봐서 청색이면 충해, 적색이면 가뭄, 흑색이면 수해, 황색이면 풍년이 된다고 점쳤다.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 값이 내리고 보리 풍년이 들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여겼다.

춘분을 ‘나이 떡 먹는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족이 모여서 송편과 비슷한 ‘나이 떡’을 먹었으며 아이들은 작게 빚고 어른들은 크게 빚어 각각 자신의 나이만큼 먹었다고 한다. 또 춘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면서 마을의 머슴들을 불러 모아 1년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며 나눠먹었기 때문에 ‘머슴 떡’이라고도 불렀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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