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이 없었다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고도의 분업체계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는 한 부문의 노동이 무력화되면 다른 부문의 노동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조직의 연쇄반응은 기하급수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양의 피해를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하나가 두 개에 영향을 미치고 두 개는 각각 다른 두 개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형 연쇄반응 구조에서는 시간에 따라 피해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경제가 노동에 기초해있다고 보면 지금 세계는 경제체제의 와해에 이를 수 있는 연쇄반응을 시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반응이 마치 핵분열처럼 어느 시기에는 폭발로 드러날 수 있다면 국가가 나랏돈을 풀어 노동을 대신할 경제적 토대를 적기에 마련하는 일은 절대로 필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나 제압에만 정신이 팔려 이를 놓친다면 경제체제가 상당한 기간 회복할 수 없는 붕괴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춘천의 경우만 봐도 연쇄반응의 강도와 속도는 빨라 보인다. 중앙시장의 한산한 풍경은 시장에 물건을 대는 많은 제조업체들의 일손을 놓게 만들고 있다. 학교가 개학을 하지 못해 급식소가 문을 닫고 있으니 급식재료를 납품하는 농가의 시름을 더하게 하고 있다. 제조업체, 농민의 지갑이 얇아져 소비가 위축되면 그와 연관된 많은 농상공인의 노동이 필요 없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궁극적으로는 대기업마저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추론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 쯤 이르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헬리콥터 머니’라는 정책을 꺼내들었다. 가까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선을 보인 내용인데 돈이 돌도록 해 경기하강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랏돈을 국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 한 명당 1천 달러(19일 현재 기준 약 125만원), 자녀 한 명당 5백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앙정부와의 교감아래 여러 자치 정부에서 현금 지급을 시행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 18일 도가 제출한 ‘긴급 생활안전 지원조례’를 도의회에서 통과시켜 소상공인과 실직자 등 취약계층 30만 명에게 1인당 40만 원씩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강릉시에서는 지난 19일 취약계층에게 1인당 80만~100만 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청소재지인 이유로 다양한 공공기관이 많아 세상의 변화에 관계없이 매달 일정하게 월급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춘천에서는 실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지금 규모가 적은 농상공인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에 대한 현금 지급을 두고 일부 정치권이나 매체에서 비판을 늘어놓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는데 경제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한가한 이야기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자는 이야기는 건강측면에서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고 국민이 힘을 합쳐야 될 사안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칫 대한민국 공동체가 유지되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리적 연대, 사회적 유대를 끊어내는 일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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