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저녁 6시를 기해 총선후보자 등록이 마감됨에 따라 본격적인 총선체제가 가동됐다.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집회가 동반되는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간 별다른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구태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행가 가사를 바꿔서 후보지지 노래를 만들고 선거운동원들은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영혼도 내용도 없는 선거운동 보다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이왕 거리에 사람을 불러 모으기 어렵게 된 만큼 유권자가 후보들의 정책을 더 열심히 읽게 할 방책을 찾아볼 수 있겠다. 가령 최근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를 선정하는 방법을 조금 더 확대해보는 방안이다. 입주자대표를 ‘전자투표’로 뽑는 방법은 큰 설명을 필요치 않을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 입주자들이 입주 시 필히 하게 되어 있는 세대등록 명부에 기재된 전화번호를 이용해 문자나 카톡으로 입주자대표 선거에 참여해달라는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알림 내용 하단부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적어놓아 이를 누르면 그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할 수 있게 돼있다.

이런 방법을 조금만 더 응용하면 각 지역별, 이해집단별로 문자나 카톡을 통해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비교해보고 후보자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니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실현할 수 있다. 이번에 전면 실시가 어렵다면 시험적으로 실시해 이번 기회에 선거의 틀을 바꿀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해오던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관성을 바꿀 수 있으려면 그간의 행위를 모두 정지시킬만한 엄청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절이 없이는 새로운 역사가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류가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경험한 바가 있다. 이른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인류역사의 새로운 흐름은 그간의 모순이 극대화돼서 더는 그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근대 산업사회를 열어젖힌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은 중세봉건사회의 계급구조가 만들어낸 빈곤과 억압이 원인이었다. 싸우다 죽을지언정 기존 체제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코로나19 국면을 ‘이 또한 지나갈’ 그렇고 그런 시기로 받아들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명이 시작될 혁명의 조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에서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비대면 수업을 경험하고 난 교수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면수업 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수업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상상이 발동되고 있기도 하다.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9월 개학 등 학기제 운영방식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앞에 닥친 총선을 맞는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는 빨갱이 논란이 여전하다. 패밀리 운운하는 떼거리 정치와 몇몇 우두머리들에 권력이 집중되는 보스정치도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맞는 이번 4·15총선에서는 제발 이런 폐단이 말끔히 씻겨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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