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지만”과 같은 말이 선거일을 6일 앞두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할 수 있는 말일까?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면, 얼마나 크게 잘못했으면 선거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까?

내용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 관악갑 선거구의 공천을 받은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는 지난 6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열린 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는 이를 사과하면서 또 다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용하는 시설이 돼야 한다. 장애인들은 다양한데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된다”고 역설했다. 두 발언 다 발언 당사자의 분별력이 너무나 엉성하여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은 사람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30대와 40대의 인구수가 1천5백만을 넘는 숫자인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논리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야말로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도 모자라 나이가 들어 생기는 노화 증상을 장애라 말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한국인의 사려를 방해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미래통합당 부천병 선거구의 공천을 받은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이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적으로 지인들 몇 사람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개된 한 매체의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성관계와 관련된 차마 생각하기조차 민망한 표현을 쓰며 세월호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능욕했다. 박근혜 정부와 이를 뒷받침한 자유한국당의 무책임과 무능은 세월호 유가족을 아무리 폄하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도 무지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을 가려야 하는 기본 예의도 갖추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그 정도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된다.

백 마디의 사과가 의미 없다 싶은 이유는 더 있다. 김 위원장의 사과와 함께 당 차원의 제명이나 탈당권유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해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다. 차 후보의 경우는 지난 해 4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써 당시 자유한국당의 윤리위에 5월 회부된 바 있다.이 때 중징계가 내려졌다면 사실상 같은 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미래통합당 후보가 될 생각은 처음부터 못했겠지만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이런 사태로 연결됐다.

선거에 나서거나 돕는 사람들의 막 나가는 표현을 사과 등으로 서둘러 수습한 사례는 더 있어 착잡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춘천지역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도 여러 가지 막말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종국에는 차 후보와 같은 시기 같은 당 윤리위원회에 ‘5·18 망언 논란’으로 회부되어 경고 처분을 받은 사람이 지금 춘천지역에서 다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후보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국민 사과에 더해 당 차원의 윤리위 징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다시 공천해 그 사람들의 막말로 또 다시 사과하는 미래통합당의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통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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