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고발전·성명전에 세월호 현수막 훼손까지

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춘천에서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선에 도전하는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정당의 성격이 달라 비교하기 어려운 시기를 빼고 군부독재시절 이후 역사로 한정할 때 민주(진보) 진영의 후보가 당선된 첫 사례다.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에서는 한기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정만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를 빚어낸 유세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향후 보다 나은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열흘간 펼쳐진 공식 선거운동기간 총선무대에서 불거진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모아봤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관계자들이 뉴데일리, 미래통합당 강원도당, 김진태 후보 등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에 고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도청이전설’ 두고 허 영-김진태 간 신경전 

도청이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허영 춘천갑 후보와 미래통합당 김진태 춘천갑 후보 간 신경전이 공식 선거운동 시작 초반부터 가열됐다. 지난 5일 허 후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5대 공약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도청이전설’ 논란을 언급했다. 허 후보는 김 후보가 허위사실에 가까운 도청이전설을 퍼뜨려 시민들의 불안을 조성하고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구태정치’를 총선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지난 7일 명동 배스킨라빈스 앞에서 펼친 거리유세에서 “춘천도청을 여기저기서 (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춘천시에 민주당 초선의원이 생기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춘천을 지키기 위해 힘 있는 3선 의원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허 후보 캠프는 지난 8일 ‘도청이전설’에 대한 성명을 냈다. 성명문에서 허 후보는 “강원도청의 원주 이전을 막겠다”는 김 후보의 공약은 춘천과 강원도 전체를 시끄럽게 하는 ‘혹세무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강원도청이 춘천을 떠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선거법 위반 vs. 허위사실 유포... 고발전으로 비화  

춘천갑 지역구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 간 신경전은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7일 《뉴데일리》는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지역위원회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결탁해 상대 후보인 김 후보 낙선운동을 주도했다는 이른바 ‘진저팀(진태저격팀)’ 의혹과 허 후보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보도했다. 미래통합당 강원도당과 김 후보는 경찰과 선관위에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미래통합당 중앙당 선대위 관계자는 9일 법률 검토를 거쳐 검찰에 수사의뢰서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9일 《뉴데일리》의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허 후보 측은 뉴데일리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100% 거짓이며 날조”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뉴데일리》와 《뉴데일리》 보도를 근거로 논평을 낸 미래통합당 강원도당, 그리고 보도내용을 대량문자로 발송한 김 후보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춘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뉴데일리》는 16일 개표 결과가 나온 후에도 보도기사 제목을 “3선 도전 김진태, ‘진저팀’ 허영에 패배”라고 뽑았다.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 “민주당의 대학생 무시발언 강력규탄”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원회는 7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의 대학생 무시 발언을 강력규탄 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의당 측은 윤 사무총장이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코로나19 사태 대응 대책에 대해 김 위원장이 “망상에 빠져있다”며 “대학교 2학년생 리포트 수준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말한 것은 대학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사무총장은 과거 대학교 2학년 시절에 망상으로 리포트를 작성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리포트를 망상이라고 일반화한 것은 명백한 편견이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춘천시민행동이 13일 오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 및 절도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월호 6주기 추모현수막 훼손사건과 긴급 현수막 집회 

제21대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둔 12일, 세월호 6주기 추모 현수막 훼손 및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현수막 훼손 혐의로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춘천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3일 오전 춘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미래통합당 김진태 후보 측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 및 절도행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2). 시민행동 측은 이 자리에서 김진태 후보의 사퇴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죄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 12일 밤 10시 30분경 시민행동 측은 팔호광장에서 운교사거리 방향에 게시한 일부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절도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민행동은 “현수막을 게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현수막들은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념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청과 모금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시민행동 측은 “현장에 김 후보 선거본부 차량이 있었고, 흰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40대 남성이 면도칼로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자르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입회하에 확인한 김 후보 선거본부 차량에서 훼손된 현수막 23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시민행동 측은 기자회견 직후 춘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13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선거운동원이 맞고,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며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알았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입건된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 A씨는 기자들에게 “그동안 춘천시가 불법 옥외광고물을 철거했기에 제가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현수막 훼손은 자신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책임을 지고 김 후보 선거운동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시민행동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그동안 세월호 진상규명에 빠짐없이 반대하고, 유가족들에 대해 막말을 하고도 사죄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김진태 후보”라며 김 후보의 사퇴와 경찰의 책임 있는 수사를 촉구했다. 

시민행동 측은 이후 14일부터 세월호 6주기인 16일까지 매일 오전 훼손된 현수막을 들고 ‘긴급 시위’에 돌입했다.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임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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