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법으로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다행히 큰 탈 없이 끝났다. 3월까지만 해도 너무도 조용해서 선거가 치러지긴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 4월 2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 선거는 사활을 건 움직임으로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행락에 나서는 사람이 적은 덕택이었는지 지난 2000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가 하면, 투표장에 들어서는 유권자의 모습도 어느 때 보다 차분했다. 

얼핏 생각하면 외신들이 전하듯 코로나19의 감염위험을 뚫고 이렇듯 질서정연하게 선거를 치른 일이 참으로 가상하고 성공적인 일이었다고 평가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 한국사회에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 공룡 여당의 등장과 폭주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단독개헌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그 수준에 육박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합쳐 총 300석의 의석 가운데 대통령과 같은 정당이 180석(더불어민주당163, 더불어시민당이 17)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양 강 구도의 다른 한 정당은 그의 절반을 조금 넘는 103석(미래통합당 84, 미래한국당 19)에 그쳤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군소 수준이었다. 정의당 6석(비례대표 5),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이 공히 비례대표로만 3석, 무소속 6석 규모다.

다른 당의 도움 없이도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을 다 통과시킬 수 있는 규모의 여당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정당의 뜻을 무시하지 않고 협치를 잘 할 수 있을까?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으면 쉬 달성될 수 없는 목표다. 생각이 다른 집단에 대한 적의감이 예사롭지 않은 요즘의 세태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공룡정당의 여유로 아량을 베풀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더라도 그 상대방이 ‘너만 말고 다’와 같은 막무가내라면 협치의 여지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비상한 각오가 없이는 2년 후 대선이나 4년 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사실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의석수는 상대당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을 차지했지만 유권자로부터 얻은 총 득표수를 비율로 환산해보면 더불어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5%로 8.4%p 차이에 그친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의석수만 믿고 일방독주를 한다면 정당지지율은 쉬 역전되게 되어 있다.

춘천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허영, 한기호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낙선자의 지지율도 만만치 않음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4년 후의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김진태 후보의 낙선이 그런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김진태 후보(50.5%)와 허영 후보(45.9%)의 지지율 차이는 4.6%p였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는 허영 후보가 51.3%, 김진태 후보가 43.9%로 7.4%p 차이가 났다. 이런 내용을 읍면동 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읍면지역에서는 7%p 정도, 동지역에서는 3%p 정도로 두 선거에서 승자가 각각 우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p도 안 되는 수치가 당락을 좌우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다 국민이고 섬김을 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면 상대방을 배제가 아니라 포용으로 품어야 한다. 새로운 당선자와 새 국회는 제발 그런 정치를 펼쳐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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