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시장 “수도권에 물 공급했으니, 이제 빛으로 갚아다오”
신약개발 등 관련 산업 진흥효과 커 지자체 간 유치경쟁 치열
전문가들 “춘천은 수도권과 가깝고 지진이 적어 입지로 적합”

방사광가속기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 배 밝은 강력한 X-선을 활용해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하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다. 나노 단위 분석이 필수인 미래 소재 및 생명산업의 핵심 연구자원으로 신약개발에도 유용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3세대와 4세대, 2기가 이미 구축, 운영 중이지만 성능과 시설, 용량 면에서 이미 포화상태다. 특히 산업분야에서 연구 수요가 급증했지만, 기존 시설은 아직 기초과학 연구 위주로 운영 중이다. 


지난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 주간’이었다. 주초부터 춘천시의회와 강원도의회가 잇따라 방사광가속기 유치 동의안을 가결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23일 오후 시청에서 ‘최첨단 “꿈의 빛” 방사광가속기, 강원(춘천)으로’라는 부제로 2020 제2회 강원미래과학포럼을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개회식 직후 ‘4세대 방사광가속기 반드시 춘천’이라는 카드를 들고 방사광가속기 춘천 유치 기원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개회사로 운을 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축사로 추임새를 넣은 허영 당선인, 이재수 춘천시장은 물론이고, 강연에 나선 전문가들까지 “방사광가속기를 반드시 춘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강원미래과학포럼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방사광가속기 춘천 유치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개회사에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전문가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지사는 “강원도가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의심하지만, 과학기술은 사람, 특정 과학기술자에게 집적돼 있기 때문에 그분들만 잘 모시면 된다”고 말했다. 최 지사가 언급한 ‘방사광가속기 전문가’는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안진호 교수다. 안 교수는 반도체 제조 핵심 공정인 ‘노광공정’의 국내 개척자로 꼽힌다. 강원도는 지난 7일 춘천시와 손잡고 안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EUV-IUCC(극자외선 노광기술 산학협력센터)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이미 맺은 상태다. 

축사에 나선 허영 당선인은 ‘국토균형발전론’을 내세웠다. 허 당선인은 “춘천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이중 삼중의 규제 때문에 국비투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지역”이라며 “방사광가속기를 춘천에 유치해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명분으로 싸워 방사광가속기를 꼭 춘천에 유치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방사광가속기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데도 유용한 시설”이라며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따른 ‘혜택’을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는 수십 년간 수도권에 물을 주지 않았냐”며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을 위해 물을 보내주었으니 이제 수도권 주민들이 힘을 모아 우리에게 빛(방사광가속기 유치)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시장은 전문가들이 방사광가속기의 입지로 수도권과 가까운 춘천을 선호한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 시장은 “안진호 교수는 방사광 실용화 분야에선 독보적인 분”이라며 “이런 안 교수께서 ‘춘천이 최적지’라고 하면 다른 전문가들도 생각이 같지 않겠냐”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고려대학교 생명정보과학과 김경현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신약개발에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는 1 마이크로미터만 비껴나도 하루 종일 교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진에 흔들리면 안 된다”며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선 지자체 중 춘천 지역의 지진발생 수가 가장 적었다고 덧붙였다. 

안진호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인 노광공정의 핵심적인 연구자원”이라며 “개인적으로 방사광가속기가 춘천에 유치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유치 공고를 낸 이후 지자체 간 유치전이 뜨겁게 불붙었다. 춘천 외에도 청주, 나주, 포항, 인천이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시설 구축에만 1조 원이 필요한 이 사업에는 국비 8천억 원이 지원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29일까지 유치계획서를 접수하고, 발표 평가, 현장 확인 평가 등을 거쳐 다음달 7일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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