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

봄비가 곡물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는 양력으론 4월 20일 언저리다. 올해 곡우는 19일, 절기에 딱 맞춰 전국에 단비가 내렸다. 풍년이 들 모양이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 지난 21일에는 동내면에서 올해 춘천지역 첫 모내기를 하기도 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처럼 농사와 얽힌 다양한 속담이 있다.

지난 19일 곡우. 절기에 딱 맞춰 전국에 단비가 내렸다.         사진 제공=픽사베이

곡우가 되면 볍씨를 담근다.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한다. 이렇게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야 집 안에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못하게 한다.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의 격열비열도까지 올라온다. 이 덕에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히고,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부른다. 이 조기는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든다. ‘한식사리’, ‘입하사리’보다 곡우사리 때에 잡히는 조기가 알도 많고 맛도 좋다.

또 차 중에서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라고 부르는데, 곡우 이후에 딴 차(우후차)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하동에서는 곡우에 맞춰 햇차를 수확했다고 한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강원도를 비롯해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지역 사람들은 곡우가 되면 ‘곡우물마시기’를 하러 명산을 찾아가곤 했다. 주로 산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에 상처를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을 마셨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아래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는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낸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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