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가에 새로 들어설 음식점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불과 몇 달 전 문 열었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나간 자리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풍경이다.
이런 광경 속에서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지켜온 가게는 존경심을 자아낸다.
‘또또아’는 37년째 죽림동 골목길에서 만두와 떡볶이를 팔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공간이고 어린세대에게는 옛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조진기(77세)·권수남(73세) 부부를 만나 ‘또또아’를 소개받았다.

'또또아' 외관

안녕하세요? 가게 외관만 봐도 오래된 곳임을 알 수 있네요. 가게의 역사를 들려주세요.

우리 부부가 부산에서 춘천으로 이사 온 게 1974년 2월이에요. 이사 와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러다 그 시절 중앙시장에 순댓국 골목이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 남편의 누님이 찐빵, 만두, 찹쌀떡 도매를 했어요. 그 분이 중앙시장에서 원조였어요. 그래서 우리 부부가 그분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장사를 시작한 겁니다.

가게이름이 ‘중앙당’이었어요. 도매로 장사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주문이 정말 많았어요. 빨리 빨리 만들어서 화천, 사창리, 홍천, 가평 등 등 강원도 여기저기 차편으로 다 보냈어요. 지금처럼 택배가 있는 게 아니어서 직접 포장해서 터미널로 가지고 가서 주문한 곳에 화물 배송하듯이 보내줬어요. 그렇게 밤낮으로 정신없이 일했고 1983년도에 중앙시장에서 벗어나서 지금 이 자리에 ‘또또아’를 차린 겁니다. 

테이블 네 개가 놓인 ‘또또아’의 내부.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손때 묻은 세간들이 세월을 짐작케한다.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 골목길 풍경은 어땠나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골목에 손님들이 북적거렸어요. 우리 가게 뿐 아니라 다른 가게도 사람이 많았죠.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바빠서 만두나 떡볶이처럼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메뉴만 했어요. 조리 시간이 걸리는 음식은 할 수 없었죠. 

우리 가게 주변에는 통닭집이 있었고 오락실, 백반집 이런저런 가게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만두가게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만두골목이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이제는 다 사라지고 우리랑 양옆 가게 두 집까지 딱 세 가게만 남았네요. 경쟁이요? 에휴 그런 거 굳이 신경 쓰면 머리 아프죠. 각자 손님이 다르니까 개의치 않아요. 골목에 유일하게 남은 가게가 여기 세 가게라서 서로 오순도순 잘 지내야죠.

오랫동안 장사 하시면서 세상의 많은 변화를 보셨겠어요? 

그 많았던 만두가게들이 사라져가는 걸 다 보았죠. 올림픽 때 무렵인가 햄버거가 유행하고 그 다음에 또 피자가 유행하고 다른 먹거리가 많이 나오니까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게다가 큰 마트도 생겨나고 그러니까 시장에 사람들이 잘 오지 않고 시장골목 전체가 예전처럼 북적대지도 않아요.

옛날에는 만두나 찐빵 이런 게 최고였어요. 집안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거북당’ 같은 빵집 같은 데를 갔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이 골목에 많이 왔었죠. 500원어치면 학생들 셋이서 실컷 먹었으니까. 요즘은 다른 먹거리도 많고 밤에는 학원도 가고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줄었지요.

장사가 가장 잘 되던 시절은 어땠나요?  

80년대가 정말 좋았어요. 학생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특히 춘천여고, 유봉여중고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점심시간이나 야간자율학습 전에 막 뛰어와서 허겁지겁 먹고 다시 학교로 뛰어가고 그랬어요. 기다리다 시간 되어서 못 먹고 그냥 가는 애들도 많았죠. 다들 자식 같고 정말 친했죠. 그리고 시장에 일보러 나왔다가 사먹는 어른들도 많았고. 

초창기와 비교해서 현재 운영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어요.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다는 정도. 예전에는 가게에서 먹고 가는 손님들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지요. 그거 말고는 보다시피 가게 모습도 그대로예요. 우리처럼 나이 들어가는 거죠. 우리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변한거지.  

(왼쪽) ‘또또아’의 조진기(77세)·권수남(73세) 사장 부부가 음식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또또아’의 권수남 사장이 갓 튀긴 만두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가게가 오래된 만큼 오랜 단골도 많겠어요?

그럼요 어른들이 많아요. 여태까지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추억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 손님들은 가족 3대 손님도 많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 손주까지. 대를 이어 오는 손님들이 꽤 있어요. 한자리에서 오래한 덕분이죠. 옛날 춘천여고, 유봉여중·고 나온 학생들이 아이 엄마가 돼서 오기도 하고.

맛있는 먹거리 많이 생겼는데 굳이 이걸 찾아오는 사람들은 추억 찾아오는 거죠. 춘천 떠나서 사는 어른들이 우연히 지나가다 아직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서 들르는 이들도 많아요. 근데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른들이 많이 줄었어.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짠한데, 단골로 자주 보던 분이 언제부턴가 잘 안 오셨어요. 그러다 한참 후에 자녀들이 왔더라고. 그래서 부모님 잘 계시냐고 물어봤더니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그런 얘기 들을 때 너무 마음이 안 좋은 거야. 그 아주머니가 피아노 가르치던 분이었는데, 나이도 아직 젊고 건강해서 그렇게 일찍 갈 사람이 아닌데, 너무 안됐어요.

그리고 세상이 여전히 살만하다,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되는 일도 있었지요. 한 2~3년 된 것 같은데, 한 목사님이 오셔서 돈이 든 봉투를 내미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뭔 돈이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옛날에 만두가 정말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저 밖에 내놓은 튀긴 만두랑 찐만두를 몰래 먹고 도망갔었다는 거예요. 그게 이제껏 마음에 남아서 찾아왔다는 거야. 괜찮다고 아무리 말려도 굳이 돈을 주고 가셨지요.

또 어떤 사람은 만두를 잔뜩 포장해가면서 사실은 옛날에 너무 먹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구경만하다가 우리가 일하느라 한눈파는 사이에 훔쳐 달아났었다면서 주문한 만두 값보다 돈을 더 주고 가더라고요.

그 때는 다 어려웠던 시절이라 알면서 그냥 넘어갔어요. 그냥 애들이 집어먹어도 얼마나 먹겠나, 얼마나 먹고 싶으면 저럴까 하면서 봐도 못 본 척 넘어갔지. 근데 그걸 마음에 두고 잊지 않고 찾아와주니 얼마나 고마워. 아직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살만한 세상이야.  

'또또아'의 대표 음식인 튀김만두와 쫄볶이

두 분은 언제 까지 일하실 건가요?

오랜 세월 정말 쉬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았어요. 우린 그냥 건강히 살아가는 날까지 하고 싶은데 이제는 힘에 부쳐요. 너무 힘들면 어느 날 느닷없이 그냥 쉬어요. 정해진 날이 있는 게 아니고 일하다가 너무 힘들면 그냥 쉬고 그래요. 

여러분 어머니 아버지들도 다 그렇게 살았을 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많이 배우고, 좋은 일만 하고 싶겠지만, 옛날에는 먹고 사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옛날 어른들은 먹고살려고 도둑질 빼고 다 했어요.

앞으로 몇 년 더 하겠다고 정해놓은 건 없어요. 그래도 천천히 미래는 준비해야지.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5년째 같이 일하고 있어요. 대를 이어서 하고 싶데요. 우리도 그러라고, 잘 생각했다고 그랬지요. 

다른 데로 갈 생각도 없고 그냥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여기서 큰 욕심 없이 살고 싶어요. 

김학찬·박민정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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