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춘천시와 강원도는 온 정신이 방사광 가속기에 꽂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정책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춘천으로 유치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다. 방사광가속기의 춘천 유치에 초점이 맞추어진 지난 23일의 제2회 강원미래과학포럼에는 최문순 도시사를 비롯하여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 이재수 춘천시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허영 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 당선인, 김성인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등 도와 시의 주요 인사가 다 모였다. 

다 믿을 건 못되지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설명으로는 방사광가속기의 생산유발효과는 6조7천억 원,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조4천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13만7천 명이라고 하니 도와 시의 이런 움직임이 이해가 안 되는 바가 아니다. 총사업비 자체가 1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앞으로 자주 생기지도 않을 기회다. 이를 고려하면 포럼에 앞서 도청 앞 도로에 다량의 유치호소 현수막이 붙고 도와 시의 협조 요청으로 도내 언론사가 관련 기사를 열심히 내보내고 있는 일도 수긍할만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상수원 보호구역에 묶여 다양한 산업이 자리잡을 수 없는 춘천의 입지적 여건을 감안할 때 연구설비라 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반길만하다. 주변 오·감염 위험도 적다. 전자를 총으로 쏘듯이 빠르게 움직여서 만들어 낸 밝은 빛으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물질의 내·외부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다. 태양보다 100경 배 밝은 빛으로 어지간히 불투명한 물질도 그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밝은 빛을 통해 바이러스나 정밀 나노 소자의 구조를 분석하여 춘천시가 주요산업으로 지원하고 있는 바이오·정보기술(IT)분야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대가 있는 춘천의 두 종합대학에도 큰 입지적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이렇듯 이익이 큰 사업인데 경북 포항, 전남 나주, 충북 청주에서도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느긋해지기 어렵게 된다. 도·시민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하는 부담을 늘 지닐 수밖에 없는 선출직 공무원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해가 안 가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성과를 위해 시·도 행정력이 몰입하는 듯 한 광경을 볼 때마다 불안한 느낌이 생기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당장,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코로나19의 관리도 관리지만 경제적인 이익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다른 가치가 훼손되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2일 강원미투행동연대가 춘천지방검찰청과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벌인 시위를 생각해볼 수 있다. “n번방 핵심 운영자인 켈리 신모 씨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9만여 개를 소지하고 이 중 2천590여 개를 판매해 8천700만 원을 챙겼는데도 징역 1년이라는 터무니없는 형량이 선고”된 데 대한 항의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성착취 행위를 비판하는 시위를 보도하는 인터넷 포털의 다른 한 편에는 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야한 문구와 그림이 올라와 있는 구조가 한몫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를 위해 성적인 문제가 방기되었기 때문에 사법기관도 국민도 성착취문제 대해 무뎌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경제를 추구하는 도와 시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지만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시되는 일도 자주 시·도 행정을 통해 접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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