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동·운교동·교동의 숨겨진 문학과 예술

누리봄의 네 번째 골목탐방에서는 약사동·운교동·교동 인근에 숨겨진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5일 20명가량의 누리봄 회원들은 약사동 꽃차부터 시작해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등장하는 옛 성심여대 건물까지 둘러보며 우리 지역의 감춰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리봄 네번째 탐험에 앞선 참가자 전원의 기념촬영

꽃차

한국의 꽃차를 연구하고 향유하는 ‘춘천꽃차 갤러리’ 강명숙 원장은 이날 목화차 같은 꽃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도록 누리봄 회원들을 특별히 초대했다. 누리봄 회원들은 꽃차의 맛과 향기를 즐기며 전시되어 있는 알록달록한 꽃차들을 둘러보았다.

“향기로운 꽃 한 모금 머금고 가세요~”

봄봄

춘천향교에서는 누리봄 회원을 위한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통기타 혼성 듀엣 그룹 ‘봄봄’이 누리봄의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였다. 봄봄은 누리봄이 춘천의 골목을 재조명하기 바란다며 40분가량 국내외 유명 노래를 열창했다. 공연이 무르익자 향교 앞을 지나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감상했다. 일부는 자리를 잡고 관람했고, 두 명의 외국인 유학생은 공연 감상 후 기념사진을 함게 찍기도 했다.

누리봄의 활동을 응원하는 혼성 듀오 ‘봄봄’의 특별 공연도 진행됐다.

이승훈 시인

춘천의 대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춘천교육대학 교수를 지냈던 이승훈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운교동 골목을 방문했다. 지난 모임 때도 지나갔던 낯익은 골목이었다. 어린 시인이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골목을 누볐으리라 상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 시인은 1962년 당시 국문과 교수였던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시 〈낮〉외 2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서정적 전통에서 벗어나 내면세계에 천착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위독’ 등의 작품을 통해 고정된 관념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문학표현을 시도했다. 2016년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무렵 “시는 시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른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2018년 작고한 춘천의 대표적인 문학가 이승훈 시인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

피천득 수필가
피천득 수필가의 대표 작품 ‘인연’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옛 성심여대 건물. 한때 피천득 수필가가 강의하던 장소이다.

성심여자대학은 전 세계 41개국에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심수녀회에서 설립한 학교이다.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곳곳에 세워져 있다. 피천득이 춘천의 성심여대를 떠올린 까닭은 일본에 있는 성심여대(세이신 여학원)에 다니던 아사코라는 여자 때문이었다. 피천득은 ‘인연’에서 아사코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대학생이던 시절, 결혼한 주부 시절, 이렇게 세 차례 인연이 닿았던 만남의 감상을 담담히 서술한다.

성심여대 건물은 현재 한림대학교 공학관 건물로 쓰여 지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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