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은 (제천간디학교재학생,  ‘별빛’ 인턴) 

나의 어린 시절과 공동체

나는 유년 시절 마을 어린이도서관에서 자랐다. 방과 후 학원으로 가 앉아있는 보편적인 일반학교 친구들과는 달리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 의식주를 더 중요한 배움으로 여겼다. 옥상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고, 음식을 만들거나 옷을 만드는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런 나에게 있어 마을과 공동체 생활은 매우 친숙한 것이다. 현재 재학 중인 대안학교를 비롯한 여러 경험들로 다져진 나의 가치들은 모여,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모두 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언제나 의아했다. 그래서 선택한 시골살이는 이동수단은 물론 기본적인 편의도 보장되지 않는 불편함 투성이었다. 도시에서의 삶이, 모든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당연한 생활이 어쩔 수 없는 특권으로 느껴졌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그것을 분산시키고 모을 힘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다양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 양성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것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화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람들을 지역으로 모아 다양한 사업들을 도모하고, 마을에 정착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별빛!

그렇게 찾아온 곳이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었다. 사라져가는 마을,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모인 이들. 도시아이의 시골살이. 올바른 교육이 실현될 수 있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처음 마주한 작은 사회는 내가 기대한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사람들과 함께 든든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왔지만 당장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내려받은 사업의 건수를 채우기 급급했다.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도, 자발적인 생활 모습과 놀잇거리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별빛 사람들의 마음가짐 또한 같은 것은 아니다. 짧은 인턴의 입장이 지니는 단면적인 시선만으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지역에서 순환하며 살고 싶은 따뜻한 용기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력들의 유입이 꾸준하고 그것이 밥벌이로 연결될 수 있기까지는 더 많은 마음들과 그 마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마을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러하다. 학원에 가는 것이 마냥 부럽기만 했던 어린 날을 되돌아보면, 당시의 경험들이 현재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삶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배우고 충분히 느껴야 할 시기, 다양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안적인 삶은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이 들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자라 마을을 키우는 것이다. 별빛을 졸업한 아이가 세상을 살며 마을에 대한 소중함과 필요성을 느끼고 돌아와 함께 또 다른 역할로 유화될 수 있다면 그보다 완벽한 모습은 또 없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세대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 활개 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사람을 만나고, 몸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아울러 농사와 아이들, 지역 공동체에도 관심이 많다. 곧 다가올 졸업과 미래를 그려보면 막연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지역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내고 연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역의 힘은 더 강해지고 마을에서 꿈을 꾸고 실현해갈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사람, 공동체적인 삶이 익숙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가꾸어 간다면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보냈고 함께 살기 위한 공부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경직된 회사원 생활을 상상해본 적도 없다. 산골유학을 비롯해, 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뛰놀며, 삶에 필요한 진정한 교육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 내 작은 소신이 되었고 오래도록 이고 지고 가야 할 작은 내 봇짐이 되었다.

오늘도 춘천 고탄의 작은 별빛마을은 끊임없는 웃음소리와 뜀박질소리로 떠들썩하다. 별이 모여 은하수가 될 때까지 가 볼 일이다. 아이들이 우리들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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