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경관위, 한 시간 격론 끝에 ‘재검토’ 판정
학부모연합회 “디자인 보완 판정, 흡족하지 않다”
동문회도 “디자인만 봤다” 불만…향후 불씨 여전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되던 춘천고등학교 앞 고층 오피스텔 신축 계획이 결국 경관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춘천시 경관위원회는 지난 7일 소양로 3가 복합시설(오피스텔) 신축 경관심의에 대해 ‘재검토’ 판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경관위원회 내부에서는 한 시간이 넘게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양로3가 복합시설 사업자가 제출한 교통환경평가서 중 통학안전계획 도면. 그림 하단이 춘천고등학교 정문 방향이다
소양로3가 복합시설 사업자가 제출한 교통환경평가서 중 통학안전계획 도면. 그림 하단이 춘천고등학교 정문 방향이다

재검토 판정 사유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건물의 형태적 디자인 보완 주문 때문”이라고 밝혔다. ‘형태적 디자인’에는 건물의 높이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오피스텔 건물은 시청의 교통환경평가와 도 교육청의 교육환경평가를 통과했다. 시의 경관심의와 도 건축심의만 앞둔 상태였다. 그러나 경관심의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음에 따라 디자인을 보완한 뒤 경관심의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동문들은 경관심의 결과에 대해 “흡족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선희 학부모연합회장은 재검토 판정에 대해 “우리가 건물 형태 때문에 신축을 반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디자인만 좋다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대책위 회의에서 향후 대응방침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지량 춘천고등학교 총동문회 사무총장도 “(경관위원회에서) 층수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건물 디자인만 봤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변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곳에 학교가 신축된 사례는 있어도 기존 학교밀집지역 코앞에 초고층 건물이 신축된 사례는 없었다”며 “춘천의 미래를 위해 학교 앞에 초고층 건물을 짓는 상식 밖의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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