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일곱 번째 절기 입하.

여름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 맥추라고도 한다. ‘초여름’이란 뜻을 담아 맹하, 초하, 괴하, 유하라고도 부른다.

대개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친다. 이 무렵부터 농작물이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물론 잡초도 같이 무럭무럭 자라고, 해충도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농사일이 바빠진다. 

이때가 되면 봄빛은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짙어지기 시작한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지렁이도 자주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묘판에는 볍씨에서 싹튼 모가 한창 자라고, 밭에선 보리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집안에서는 누에치기가 한창이고, 찻잎을 우려 마시거나 쑥으로 버무린 음식들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입하와 관련한 관용 표현도 있다.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못자리를 냈다. 이 때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된다. 여기서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말이 생겼다. 입하 무렵에는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고,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 이를 빗대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라는 말이 생겼다. 재래종을 심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물을 잡아 근 한 달을 가두어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료분의 손실이 많아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는 말에 담겨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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