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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량 (춘천고등학교 총동문회 사무총장)

마치 상서러운 봉황이 나래를 편 듯 위의를 당당히 갖춘 우리 춘천시민의 영원한 보금자리 봉의산, 이 진산 봉의산이 위태롭다. 봉의산 산자락에서 5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에 25층 초고층 복합건물을 짓겠다고 한다. 이런 건설업자들의 무모함에도 어쩐 일인지 시청과 도청은 짐짓 모르는 척하고 있다. 

이미 춘천은 무분별한 난개발로 도시 전체의 이미지가 중구난방이 된지 오래다. 문화도시, 관광도시를 수십 년간 외쳤으면서도, 정작 만들어낸 도시는 전혀 문화스럽지도, 관광스럽지도 않다. 

1990년대 산허리서부터 훼손당한 서울 남산의 흉측한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서울시민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아는가. ‘남산 제모습찾기 운동본부’를 설치한 고건시장의 노력이 컸다. 지금 남산 인근 100만평지역은 4.5층 이상이 고도제한을 받을 정도로 엄격한 규제 속에 있다. 

조망권이나 스카이라인 등은 배부른 자들의 사치며, 오직 개발만이 능사였던 시절이었지만 혜안 있는 지도자와 뜻있는 서울시민들의 지지로 멀쩡한 외인아파트마저 철거하는 결단을 이루어 냈다. 

이때는 필자가 경실련사무국장을 맡고 춘천에서 시민운동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다. 춘천에 내려와서 처음 목도한 것이 공지천 복개와 강원중학교 부지의 아파트신축이었다. 필자는 곧바로 ‘봉의산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리고 환경단체들과 연대하여 치열하게 투쟁했다. 결국 봉의산 앞머리에 15층짜리 고층아파트를 당당히 건설하겠다는 춘천시청과 건설업자를 굴복시켰다. 아마 건설되었다면 봉의산 정면의 반이 가려져 춘천시민의 뇌리에서 봉의산은 사라졌을 것이다.

이런 역사와 문제의식에서 보면 춘고앞 초고층건물신축은 정말 아니다. 소양로 3가는 춘천도심의 중심이자 성수학원, 중앙초등학교를 잇는 학교시설의 플랫폼이다. 학교가 성역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들이 꿈을 가꿔가는 곳이다. 미래에 투자하는 기성세대들의 희망을 담보해주는 곳이다. 그 코앞에 25층의 복합시설 건축을 하겠다는 건설업자의 몰염치에 기가 찰뿐이다. 여기에 편승해 교통영향평가 교육환경평가를 해준 춘천시청 강원도교육청은 개념이 있는 곳인지 의심스럽다.

스카이라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춘천. 이제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 이 고층건물의 신축은 한 가닥 남은 춘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봉의산 스카이라인을 본격적으로 망가뜨리는 시발이 될 것이다. 춘천시의 대오각성과 춘천시민의 부릅뜬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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