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기] 지식 넘어 삶을 가르칠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
[아이와 함께 자라기] 지식 넘어 삶을 가르칠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
  • 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 승인 2020.05.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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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술 (발도르프 교육활동가)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로 세 번째 팬데믹을 선언했다. 그 대응책으로 국경봉쇄조치가 시작되었다. 세계 곳곳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것을 버튼 하나로 집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던 많은 나라들이 혼란에 빠졌다. 인건비가 낮은 저개발국가로 제조업을 내보냈던 국가들은, 편리를 이유로 의식주의 대부분을 공산품에 의존하게 된 가정의 상황들과 다르지 않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이번 코로나19의 유행은 3차, 4차 산업시대를 살며 1차, 2차 산업을 가볍게 여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 앞에 줄이 길게 이어졌을 때 나의 어머니는 종일 재봉틀을 돌려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에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씨 뿌려 거두고, 제 쓸 것을 제 손으로 해결하는 경험 없이 4차 산업 시대를 살고 있다. 지역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으면 언제든 공황에 빠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교육에 대한 정의를 지식이나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 특히 교육학에서는 바람직한 인간이 되게끔 가르치는 것이라는 뜻도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교육은 목표를 대학입시에 맞춘 듯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1차적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시험과 함께 허망하게 끝나버릴 문제풀이에 학령기를 보내게 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심각한 팬데믹 사태가 온다면 현재 우리교육의 목표인 수학능력 시험조차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 12년간의 노력이 아무 쓸모없이 버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12월에 시작된 방학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와 선생님이 그리워 개학을 기다리지만 어른들은 늦어진 학습진도를 걱정한다. 온라인 개학을 하며, 인터넷을 통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 없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은 지루하고 집중하기 어렵다. 벌써 온라인 수업 중에 게임 창을 열어 몰두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목표를 지식의 전달에 국한한 어른들의 판단이 가져온 결과이다. 길어지는 방학 동안 그동안 간과했던,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기본능력들을 익힐 수 있도록 안내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초등학생들은 EBS프로그램도 시청하지만 선생님들이 책을 읽거나, 학교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전송하고 있다. 이때, 공통적인 반응은 어린이들이 아는 선생님의 목소리나 모습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바람직한 인간이 되게끔 가르치는 것은 교사,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배움 원리가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의 눈을 보고 손을 잡는 관계를 통해 공감을 경험하고 감정을 이입하며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이때 목표는 지식전달을 넘어 바람직한 인간관계 형성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알고, 일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 현대의 환경은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지 못하고 광고, 경제원리에 의해 지배된 의식을 갖게 돼 소비자로 살게 만들었다. 부모와 교사의 진지한 삶의 태도는 본질적인 것의 가치와 그 외의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나친 소비를 멈추고, 꼭 필요한 합리적인 소비를 현명하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 농사, 바느질, 재봉, 나무로 가구 만들기 등의 일상생활작업을 경험하고, 도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야생의 사고》를 쓴 레비 스트로스가 주장한, 주어진 도구를 써서 자기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사람, 브리꼴뢰르의 기본적인 경험이 교육에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의지하는 국제화된 사회구조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경험했다. 우리는 4차 산업시대를 살고 있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없이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기계는 멈추고 시스템은 붕괴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최소한 자신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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