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면하다 Look Inside’ 정보경 전시회
자화상·인물화 16점
3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파피루스’(안마산로 21)

사람들은 매일 아침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고 하루를 시작한다. 흠을 감추고 멋지게 꾸며진 ‘나’. 하지만 그 ‘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다. 

상처와 결핍·치부까지 온전히 드러내어 진짜 ‘나’를 만나는 데는 고통과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거울 속 ‘나’와 작별해야 한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정보경  <자화상 self-portrait><br>
정보경  <자화상 self-portrait>

정보경 작가는 그런 용기를 지닌 작가이다. 춘천에서의 첫 개인전, ‘파피루스’에 걸린 그의 자화상들은 고통 받으며 자신과 싸운 결과들이다. 그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공부하고 활동해온 정 작가는 2013년 춘천에 내려와 금병산 예술촌에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려하게 표현한 꽃과 실내풍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2~3년 전부터 작품세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많이 놀라고 궁금해 한다. 아이를 키우며 세상과 사회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 밝고 빛나는 세상 뒤편의 어두운 그늘에 시선이 갔다. 이후 그림에 대해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성공만 바라봤고 그림은 나를 꾸미고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많은 갤러리와 애호가들이 그의 화려한 작품을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했다. “그때는 그게 좋았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절반의 ‘나’였다. 내가 되고자 했던 예술가의 모습은 아니었다.” 

가치 있는 그림이 무엇일까? 질문은 자연스레 ‘나’는 누군가로 이어졌다. 내가 아는 게 진실일까? 지금까지의 나는 과연 온전한 나일까? 

‘나’에 대한 탐구가 깊어지며 작가의 작품에서 화려한 꽃과 실내풍경은 사라졌다. 그 대신 흰 종이 위에 무표정하고, 무섭고, 불편하고, 상처 입은 ‘나’가 연필과 먹으로 드러났다.

외할머니의 임종을 보며 작가의 탐구는 더 깊어졌다.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루며 그동안 덮어두고 싶었던 외가 식구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을 그려보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릴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나를 둘러싼 두꺼운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나의 밑바닥을 보았다. 때론 혐오스럽고 형편없기도 했지만 이런 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결국 내 자신이라 생각했다. 또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커졌다. 하지만 아직 내가 더 궁금하다. 더 깊은 심연을 보고 싶다.”

정 작가는 올 가을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0 KIAF’와 부산 개인전에서 치열한 고민의 결과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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