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실(胎室)이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그 태(胎)를 봉안하고 표석을 세운 곳을 말한다. 춘천에는 덕두원(서면 덕두원리 산 72-35), 현암리(서면 현암리 산 52-1), 용산리(신북읍 용산리 716-2) 등 세 곳에 태실이 있다.

태는 태아를 둘러싼 여러 조직을 한꺼번에 일컫는 말로 흔히 태반과 탯줄을 포함한다. 태어난 아기와 어머니가 연결되었던 흔적으로 출산의 부산물임에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연결된 것으로 여겨 후처리에 많은 신경을 썼다. 민간에서도 태는 소중히 다루는 경향이 있어 왕겨를 모아서 태우거나 아궁이에 넣거나 흐르는 물에 띄우거나 높은 나무 위에 두어 짐승이나 다른 사람들의 손을 타는 것을 꺼렸다. 이 중 가장 흔한 방법이 태우는 것이었다.

덕두원 태실(왼쪽)과 현암리 태봉 귀부(오른쪽)

민간에서도 태를 이렇게 소중하게 여겼으니 왕실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태를 좋은 장소에 소중히 보관하는 것과 나라의 운명이 관련 있다고 보았다. 왕실에서는 왕자나 공주가 출생하면 먼저 좋은 날을 잡고 적합한 장소를 찾는다. 이를 맡은 기관은 관상감으로 천문, 지리를 관장하는 곳이다. 그만큼 태를 봉송하고 봉안하는 일은 시신을 매장하는 일 못지않게 절차와 의식이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태실이 완성되면 해당 지역의 토지신에게 태실의 보호를 기원하는 고후토제(告后土祭)·태신안위제(胎神安慰祭)·사후토제(謝后土祭) 등의 제례를 치른다. 또한 태실 주위에 금표(禁標)를 세워 채석·벌목·개간·방목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태실이 신성한 곳이므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은 것이다. 이를 어겼을 경우 국법에 의해 엄히 다스렸다. 관할 구역의 수령은 수시로 태실을 순행하여 확인하고 이상유무를 보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하였다.

춘천의 태실 중 덕두원 태실은 풍화작용 등에 의해 표석이 마멸되어 내용을 판독할 수 없고 현암리 태실은 표석도 없이 귀부만 남아 있다. 이에 비해 용산리 태실은 영조와 영빈이씨 소생인 화협옹주의 태를 봉안한 곳임이 확인되었다.

태실은 무덤과 똑같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고 하는 길지를 찾아 정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실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아름답다. 신록이 짙어가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긴 답답한 현실을 잊고 한번쯤 태실이 있는 산에 올라가 둘러보면 좋겠다. 5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이 모두 함께 있는 가정의 달이다. 어머니와 아기의 연결고리인 태를 소중히 다룬 조상들의 깊은 생각을 되짚어 어버이에게 또한 자식에게 서로 감사와 애정을 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춘천학연구소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