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경색된 민생을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관련법안과 예산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지급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하면 아직 이 돈이 각 가정에 어떤 일을 만들고 있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초창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수 있음을 감안하여 생년에 맞춰 5부제를 시행하는 등의 조치로 인해 신청 자체가 분산될 수밖에 없어서 아직도 적지 않은 가정에서 돈을 받아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돈을 받은 사람도 갑자기 생긴 목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다수 보인다. 돈을 받기 전에도 어떻게 써야 하나를 두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민의 공통점은 이 돈의 조성 배경이다. 지원금을 만들어 배부하는 이유는 나라의 경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그런 배경 탓에 많은 가정에서 무엇을 사는데 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만든 것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 정부의 견해차다. 중앙 정부는 안정된 소득자나 부유층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호 기부를 하면서 지원금 신청 시 전액 국가에 되돌려주는 기부를 은근히 종용하는 분위기다. 지원금 조성 이유가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가계의 소득과 생계 보장에 있는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기부를 하게 되면 이 돈을 더 요긴한데 쓸 수 있다는 논리다. 그에 반해 강원도와 같은 지방자치 정부에서는 절대로 기부하지 말라고 한다. 지난 13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다 함께 동행, 지역 경제살리기 챌린지’ 캠페인을 벌이면서 최문순 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국고로 귀속될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중앙 정부가 일정 직위 이상의 공직자들에게 알아서 기부하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강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다. 중앙에서 집행하는 모든 돈의 쓰임에서 강원도는 늘 후순위로 밀려왔던 그간의 경험을 감안하면 영 틀린 말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지간히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전액 기부를 해 국가가 재정사업을 할 여력을 키워주는 방법이 효율적일까, 지방의 당장 쓰러져가는 중소기업, 중소상공인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이 효율적일까? 국가에 힘을 실어주면 국가 경제 회복의 큰 그림과 기틀이 마련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별 사업자,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역밀착 소비를 하게 되면 지역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을 더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두 해결책이 다 국가경제의 회복이라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어떤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겠다.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춘천시가 조사한 관내 사업체 조사결과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춘천시내 전체 2만3천개 사업체 가운데 표본이 된 2천개 사업체의 2월 평균 매출액이 807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1천628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내 이웃을 결코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나의 필요와 이웃의 필요가 어떤 곳에서 이상적인 접점을 찾을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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