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요 (호반초등학교 교사)

4월 중순에 시작한 원격수업.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수업을 한 달 가까이 해오고 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었던 것을 해내고 있다. 학생, 교사, 보호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히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반 학생들도 아침 9시면 학급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을 확인하고 각자의 속도로 공부를 하며 교사와 소통하는 일이 몸에 익어가는 것 같다. 원격수업 초기에는 올려놓은 자료가 안 보인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질문이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는 학생들이 학습결과물을 올리고 그에 대해 소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 모두 학교에 오지 않는 원격수업의 일상에 익숙해졌고, 이 같은 수업 방식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괜찮은 걸까? 

여전히 크고 작은 진통이 존재한다.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라 생각되는 것은 원격수업을 지속할수록 학생 간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원격수업의 다양한 장면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보낸 학습결과물을 확인하다 보면 교사가 제시하고 설명한 내용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격수업에서는 글이나 영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거나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저마다 이해한 대로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그 내용이 많거나 복잡할수록 정확히 이해한 결과와 그렇지 못한 결과가 극명하게 나뉜다. 교실 수업이라면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여 소통하고 수정할 수 있을 텐데 원격수업에서는 어떻게 해내고 있는지 그 과정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미 학습을 다 마친 뒤에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대로 해내려면 그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하고 학습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 많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역시 고민스럽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원격수업 초기보다 저조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원인이 학생 개인의 성실도에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수업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 학생들은 수업 참여를 포기하기 쉬웠다. 

이렇게 수업 장면을 돌아보면, ‘불평등을 낳는 교육’ 그 중심에 내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업이 공굴리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으로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의 공을 보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공이 혼자 힘으로 받기에 너무 벅찬 것이었다. 내려오는 공을 보며 혼자 허둥지둥하고 공이 너무 크다고 소리도 쳐 보았다. 그 소리가 산 정상 사람에게 닿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다 지나간 뒤였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데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의 공을 보낸 것도 문제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게 만든 것도 잘못이다. 그동안의 교실 수업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던가? 우선, 교실 수업은 모두가 한곳에 모여서 공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관찰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고 즉각적인 소통도 가능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공을 바꾸어 주거나 연습 방법을 바꾸어 주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때때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방법을 익혀가기도 했다. 그리고 ‘관계’와 ‘공동체’가 그 과정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학교가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분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원격수업의 경험에서 다시 한번 더 그 민낯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바탕이 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는 어떤 곳인가. 교육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마주할 날을 앞두고 더욱 고민한다. 한동안 분절된 우리 삶을 어떻게 연결 짓고 결합하여 나아갈 것인가? 새로운 질문, 새로운 교육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그 변치 않는 질문과 고민, 지향을 그대로 안고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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