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 소만

소만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이다. 5월 21일 무렵이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때는 냉이 나물은 없어지고,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는다. 보리이삭이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 절기이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에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잇는다. 보리 싹이 성장하고,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모내기 준비를 서두르는 사이 빨간 꽃도 피어나는 계절이다. 

예전에는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기간이 40~50일 걸렸다. 지금은 비닐 모판에서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란다. 농촌에선 모내기가 시작되는 소만 무렵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소만이 다가오면 보리가 익어가고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댄다. 이 무렵은 ‘보릿고개’란 말이 내비치듯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소만에서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3후로 나눈다. 초후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

초후를 전후하여 죽순을 따서 먹는다. 냉잇국은 늦봄이나 초여름에 많이 먹는다. 말후가 되면 익기 시작하는 보리는 밀과 함께 여름철 주식으로 먹는다.

산야가 온통 푸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새롭게 돋아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라고 한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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