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를 이용하는 공사를 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문화재 시굴과정이 춘천시민을 살렸다. 시굴 과정에서 발견된 오염된 토양을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학교 등을 짓는데 적용되는 기준인 1지역 기준치(500㎎/㎏)의 6배를 초과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라는 물질로 식물의 생존을 크게 위협함과 동시에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라고 한다. 만약 이번에 토양오염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발암물질이 끊임없이 독성을 뿜어대는 시민공원 위에서 남녀노소의 춘천시민이 노닐었을 것이다. 아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토양오염정화 작업을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진행한 국방부로서는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고 발뺌을 할 수도 있겠다. 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지역은 당시 토양오염조사에서 기준치 보다 낮은 토양오염도를 보여 정화작업에서 제외된 곳이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따져 보면 당시 토양오염조사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데서 이 모든 문제가 일어났다는 평가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캠프페이지가 폐쇄되던 2005년부터 정화검증보고서가 춘천시에 제출된 2012년 사이에 캠프페이지 환경 오염과 관련한 많은 의문과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거의 묵살되었다는 사실이다. 

2005년 4월부터 7월까지 미군이 반환하는 36곳에 대한 환경조사가 벌어졌는데 캠프페이지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방사능 오염조사가 포함되었다. 후일 비밀이 해제된 여러 가지 미군의 문서에서도 확인될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캠프페이지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댈러스 스넬이라는 전역군인이 2011년 국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도 1972년 캠프페이지에서는 어니스트 존이라고 이름 붙여진 미사일에 탑재된 핵탄두와 관련한 사고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핵물질의 폐기가 얼마나 공개적으로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하는지는 이미 상식이 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모르게 캠프페이지 외곽 어딘가에 폐기했다고 한다. 방사능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수준의 이야기 외에 어떤 구체적인 자료도 볼 수 없었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만 원전사고가 나자 전국의 방사능 수치를 알아보기 위해 12개소에서 조사한 결과 춘천에서만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앞서 인용한 전역 미군의 인터뷰에서는 핵물질 외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전국적인 이슈가 되자 토양정화 공사장 출입을 통제하는 결과만 낳았다. 2007년 진행된 국회의 한 청문회에서는 반환미군기지 가운데 29개에 관한 자료가 공개됐는데 캠프페이지의 오염도가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에서는 캠프페이지의 TPH농도가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다고 했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지한 춘천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조사와 정화작업을 공개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자고 국방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끝내 얼버무려졌다. 그 결과 이번의 독성물질로 인한 토양오염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재수 시장이나 허영 국회의원 당선자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지역의 시민단체가 성명서를 내서 국방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곳만 문제로 삼아 더 깊이 퍼져있는 방사능문제나 고엽제 문제, 지하수 오염 문제 등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놓을 수가 없다. 문제가 두 번째 불거진 이 계기를 기회로 삼아 다양한 환경오염과 관련한 춘천시민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주는 검증단 발족을 한 번쯤 고려해보기를 제안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