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춘천마임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불특정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 성대하게 벌이는 ‘축제’로서의 마임공연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사)춘천마임축제는 이를 대신해 ‘일상이 무대다’라는 주제아래 7월부터 연말까지 춘천 곳곳에서 작은 공연을 상시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춘천연극제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초청공연과 경연 부문만으로 줄여서 열린다. 다른 지역의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삼척의 ‘천만송이 장미축제’는 취소됐고,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서울행사가 취소되고 철원에서만 7월에 열린다. 또 연천 ‘구석기축제’, 대구 ‘치맥페스티벌’, 곡성 ‘세계장미축제’ 등 전국의 주요 축제들이 축소·연기 또는 취소됐다.

축제는 본래 개인 또는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 혹은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에서 변형·발전해왔다. 한편으로는 사육제라고 번역되는 카니발(carnival) 축제를 오늘날 축제의 기원으로 언급한다. 카니발은 사순절 직전에 열리는 먹고 마시는 향연의 시기였다.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즐거움을 만끽하며 외설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등 금기가 풀리고 일탈이 허용됐다.

사람들은 축제를 통해서 억압된 욕구를 발산하고 축제가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갔다.

축제는 문화 자원으로서 효용성이 크다. 하지만 오늘날의 축제는 문화에 더하여 대부분 경제적인 효과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문화 인프라와 자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과 같은 현실에서 지역의 축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축제를 기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살림살이가 좋지 않은 건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지역경제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전혀 새로운 형국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촘촘히 엮여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오늘날 축제의 위기는 문화의 위기일 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위기이며 심지어 정치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들려온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온라인상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있다. 문화산업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온라인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고 있다. 가장 좋은 건 코로나19를 비롯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확실히 통제되는 세상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지역 축제가 먼저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군중을 모아야 하는 축제보다는 작지만 정확한 취향을 반영한 작은 행사들이 상시적으로 열리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해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축제는 오랜 시간 동안 의례적 성격 또는 일탈이 허락된 장이라는 원형에서 변화해왔다. 이제 다시 한번 변화할 때가 왔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