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 목요일 오후 7시, 춘천 중앙로타리 부근에 위치한 월정사 문화원에는 당송팔대가 강연을 듣기 위해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관행 때문인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손세정제를 뿌린 후 자리에 앉는다. 코로나19로 연이어 연기됐던 《춘천사람들》주최의 신춘 시민강좌는 그 봄의 끝자락에 열렸지만, 강연이 시작되자 이내 열기가 고조 되었다.

한유는 당나라 때의 문장가로 새로운 문학 혁신운동, 즉 당송팔대가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시작한 인물로 동시대의 유종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문장가이다. 집안이 너무나 가난하여 영양실조로 삼십대에 머리가 희고 이가 빠졌다는 그는 내세울 문벌이나 배경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공부와 글짓기만으로 재상의 참모장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바르고 강직했던 그는 8품의 낮은 품계의 벼슬에도 장안시장, 즉 지금의 서울시장을 탄핵하는가 하면, 말년의 황제 헌종이 미혹에 빠져 국정을 어지럽히자 이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려 두 차례 유배 길에 올라야 하는 간난신고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5월21일 월정사 문화원에서 남궁현 한의사의 당송팔대가 강연이 열렸다.

한유의 저술에는 《사설(師說)》,《장중승전후서(張中丞傳後序)》등의 산문집과《한창려선생집(韓昌黎先生集)》이라는 시문집이 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이단異端 등 지금은 일상이 된 말들을 지었으며 ‘퇴고’라는 말로 유명한 승려시인 가도와 탄식과 유미주의의 시인 이하 등을 제자로 두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유가 중요한 것은 그 이전의 봉건 지배층의 문체, 즉 통치계급의 공덕을 과장하고 공허하고 화려한 아부를 일삼는 관습을 타파한 문장정신에 있다. 한유와 동시대 팔대가의 한 사람이었던 유종원의 문장으로 비로소 문장은 새로이 출발하는 단초가 되었다.

한유
한유

어떻게 보면, 조금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시종일관 동서고금을 종횡하는 언설로 폭넓고 구수하게 풀어낸 강연덕분에 언제 두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어 224현 원장은 우리의 100년 전 선대가 지은 책을 읽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어떤 사실을 이해할 때 동시대 동·서양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비교해 보며 이해하면 그 사실의 좌표를 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현실감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팁을 내놓기도 했다.

최삼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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