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춘천 월정사 문화원에서는 총 8차례에 걸쳐 한의사 남궁현 선생님의 당송팔대가 강연이 있다. 5월 28일은 그 두 번째로 유종원 편이 이어졌다. 당송팔대가는 당·송 대의 여덟 명의 대문장가다. 당송팔대가는 송나라의 진서산(眞西山)이 처음으로 주창하였다고 하지만, 명나라의 모곤(茅坤)이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鈔)》(160권)를 편집하여 보급하여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강연에서는 백거이(白居易)와 이상은(李商隱)이 보태져 총 10명이 등장한다. 인물이나 작품의 선정은 원래 편집자의 의도가 반영되는 것이니, 그 이유는 강의를 들어보면 알 일이다. 

유종원(773~819)은 21세의 나이에 과거에 합격한 수재였지만, 당나라 순종(順宗) 때 당시 권력을 쥔 부패한 환관들을 억제하고 황권을 강화하는 개혁정책에 참여해 이른바 ‘영정혁신(永貞革新)’을 펼친다. 하지만 기득권 수구파와 연합한 환관들이 6개월 만에 황태자 이순(李純)을 헌종으로 옹립하면서 6개월 만에 좌절된다. 친구 유우석(772~842) 비롯해 개혁파들은 모두 지방으로 좌천되었는데, 유종원 또한 소주 자사(邵州刺史)로, 2개월 만에 다시 영주사마(永州司馬)가 되어 10년 세월을 보낸다. 그나마 자사는 행정권이 있지만, 사마는 이름뿐인 벼슬인데, 이렇게 쫓겨난 여덟 명을 8사마라 일컫는다. 200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 출제된 바 있는 유명한 시 <강설(江雪)>은 이 시절의 고독이 배어 있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산이란 산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 길이란 길엔 사람자취 모두 끊겼구나.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홀로 낚시하는데 찬 강에 눈이 내리는구나

정치적 비운으로 삶 역시 불행하여 46세에 사면되어 장안으로 돌아오는 도중 삶을 마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시가 남았다.

유종원은 한유와 더불어 한위 이래 쇠퇴했던 산문창작을 부흥시켜 고문(古文)을 만개시킨 주인공이다. 그의 산문은 논설·우언(寓言)소품·전기(傳記)·산수유기 등으로 분류된다. 한유와 유종원이 세상을 떠난 뒤 산문도 더불어 쇠퇴해 다시 중흥하기까지는 구양수가 등장하는 200년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남궁현 선생의 강의는 당송팔대가의 문학을 넘어서 그들의 삶에 대한 강의이다. 짧은 2시간 동안에 한 사람의 전기를 다루다보니 작품은 인터넷을 참고하란다. 당송은 물론 조선시대와 오늘을 종횡무진 하는 강의는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김진석(후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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