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쓸모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소중한 시간

달콤한 아까시 향기가 옅어지는 봄의 끝자락이다. 올해는 반갑지 않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봄도 우리의 일상도 도둑맞은 기분이 든다.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며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곁’은 강원도교육청소속 교직원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미리 정해서 읽고 만나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읽어주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책모임이다. 원래는 시립도서관 동아리방에서 모임을 갖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모임을 갖지 못하다가 지난달 25일 야외에서 모임을 가졌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반가움의 인사를 나눴다. 이번 모임에는 춘천 한 도시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된 《까대기》(이종철 작)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도교육청소속 교직원독서동아리 ‘곁’의 회원들은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며 한자리에 모였다.

“택배기사님의 일상을 느낄 수 있었다. 백기완 선생님의 ‘버선발 이야기’에 가대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아마 까대기는 조금 강하게 발음해서 그렇게 쓰여 지고 있는 것 같다.”

“가대기는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이라고 한다. 까대기라는 한 단어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쉽게 찾는 일이 택배일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아이돌 출신 가수가 택배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는데 책의 내용과 오버랩이 되었다. 참 고되고 힘든 일인 것 같다.”

“바다와 함께 사는 봉식이형은 남들이 버린 물건이나 가구를 주워 와서 닦고, 자르고, 칠해서 새 가구를 만들고 버리려고 길가에 내다놓은 나무도 가져와서 기른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것들이 버리는 물건일지 몰라도 봉식이 형의 눈에는 모두 쓸모 있는 것이다.

우리는 쓸모라는 말에 대해 많이 고민해 봐야 한다.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쓸모라는 가치는 무엇일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젊은이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도태되면 어쩌나 불안해한다. 좋은 직장을 다니고 돈을 많이 벌어야 쓸모 있는 사람인가?”

“코로나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 특히 예술가들은 수입이 없다시피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택배기사님만큼이나 힘들게 살아간다. 이분들도 생계걱정 없이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힘든 노동의 과정을 알게 해준 까대기와 택배기사님께 감사하다.”

“요즘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님께 갑질을 했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모두가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까대기》를 함께 읽고 택배기사님의 삶과 현실을 알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쓸모에만 너무 신경을 써서 사람이 도구, 기계가 된 듯한 느낌에 슬프지만 그래도 모두들 이종철 작가가 이룬 꿈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되면 좋겠다. 

모임이 끝나고도 아쉬움이 남아 불빛이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함께 걸었다. 서로에게 좋은 곁이 되어주는 우리 책모임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라상숙(금산초 교무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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