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장갑처럼 바뀌어요…”

안희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한 도시 한 책 읽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에 책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시민들이 같은 도서를 릴레이 형식으로 나눠 읽어가는 아주 뜻깊고 참신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대기》, 일정 근무시간동안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여 분류하는 일, 택배에서는 상하차 작업을 말한다.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는 낯설었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으나 이종철 작가가 6년 동안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접 겪은 경험으로 쓴 이 도서를 완독 후에는 ‘까대기’라는 단어를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새벽까지 일을 하며 쪽잠을 자고, 편안하게 쉴 공간과 시간도 없이, 생계를 위해 몸도 마음도 다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이 장갑처럼 바뀌어요. 아픔에도 추위에도 무뎌지고…’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택배가 하루 이틀이라도 늦으면 불평하고 재촉하던 나인데 그동안에 몰랐던 택배노동의 진면모를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며 조명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보호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수고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안희서 (요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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