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에는 국가(國歌)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그런 국가(國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이 제2의 국가이다. 평소 민요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타국에서 서러운 일을 당하면 자신도 모르게 <아리랑>을 흥얼거리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아리랑의 위상과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아리랑>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왼쪽) 의병가사집 표지, (오른쪽) 윤희순 친필, 안사람 의병노래     (강원대박물관 소장)

전국 팔도에 퍼져 있는 모든 아리랑의 어머니는 바로 강원도의 <아라리>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낳네’라는 노랫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라리>는 <아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리랑>이 우리 강원도에서 퍼져 나갔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들어봤겠지만 정확한 유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학계에 의하면 강원 지역 전역에서 불리던 <아라리>가 경복궁 중수를 계기로 전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고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리랑>은 강원도에서 불리던 <아라리>가 서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한 것이다.

춘천사람들도 흔하게 <아라리>를 불러 왔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에도 <아라리>는 여전히 불렸고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춘천이 낳은 여성의병장 윤희순은 <안사람 의병노래>를 만들어서 불렀다. <아라리>와 <아리랑>의 묘미는 노랫말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처지와 심사에 맞게 창작하여 부르는 데에 있다. 그러니 누구나 흥얼거리는 아리랑 곡조에 여성들의 처지에 맞는 노랫말을 붙여 <안사람 의병노래>를 만들어 부른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글도 모르고 배움도 부족한 여성들에게 독립운동의 뜻을, 항일운동에의 의지를 전달하고 고취하는 데 <아리랑>만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여성의병장 윤희순은 당시 여성들에게 이렇게 노래하였다.

6월 1일 오늘은 의병의 날이다. 위의 노랫말을 한 번씩 읽으면서, 또 실력이 좀 된다면 곡조도 흥얼거리면서 그 옛날 그 어려운 일을 온몸으로 겪고 이겨내신 분들의 뜻을 잠시나마 기리면 좋겠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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