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민주재단, 역사자료 수집·정리
조례제정, 청소년대상 행사도 개최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MBC에 출연해 “언젠가 개헌이 논의된다면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취지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5.18광주민주화 운동은 이제 결코 지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로 깊이 새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강원도 춘천의 민주화 운동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 때의 뜨거웠던 자취를 우리는 얼마나 간직하며, 되새기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강원도와 춘천의 민주화 운동은 ‘5.18 광주’와 분리된 채 망각의 저편으로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춘천시 민주화우동 기념 및 정신계승에 관한 조례’(가칭)안을 강원민주재단 사무실에서 논의하고 있는 (왼쪽부터)김은석 시의원(신사우동, 근화동, 소양동), 정명섭 강원민주재단 교육위원회 준비위원장, 김선옥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

이러한 분리와 망각은 온 나라에서 타올랐던 5.18 민주항쟁의 정신과 취지를 좁은 테두리로 계승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잊혀가는 각 지역의 민주화 운동을 재조명함으로써 5.18 민주항쟁의 외연을 넓히고, 정신을 좀 더 폭넓게 전승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춘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자료 수집·정리

지난해 9월 강원민주재단(이사장 최윤)이 출범했다. 이후 지금까지 강원·춘천 지역의 민주화운동 역사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윤 이사장은 민주재단 출범을 즈음 해 《춘천사람들》과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강원도는 민주화운동을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려운 형편에서도 선도적인 투쟁을 많이 했다. 긴급조치 때부터 도내 반유신 투쟁을 시작했다. 강원대에서 1979년 하반기에 반유신 투쟁을 처음 주도했다. 5.18 민주화 운동 때에도 그 어느 지역보다도 열심히 투쟁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강원도가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강원민주재단 기록사업위원회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강원지역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공개 수집한다. 1960년 4.19 혁명부터 1993년 문민정부 수립까지 33년에 걸친 자료들이다. 사진, 문헌, 신문, 판결문, 편지, 기록물 등 강원지역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가진 개인 또는 단체는 전화 (257-0610) 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조례제정을 위한 토론회

지난 2일 김선옥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 정명섭 강원민주재단 교육위원회 준비위원장, 김은석 시의원(신사우동, 근화동, 소양동)이 약사동 강원민주재단 사무실에 모였다. 이들은 ‘춘천시 민주화운동 기념 및 정신계승에 관한 조례’(가칭)을 제정하기 위해 타 지역의 사례를 살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 의원은 “지금은 민주시민교육의 근거가 필요한 시기”라며 “조례가 통과되면 이를 근거로 한국의 전반적인 민주화 운동과 연계해 지역의 민주화 운동도 재조명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역사 공부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를 실제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토론 교육도 필요하다”며 “이런 교육은 학생만이 아니라 대상을 일반 시민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최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함께 참관한 부모들이 더 놀라워했다. 부모들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5.18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알아 갈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시민 대상 민주주의 행사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도 펼쳐진다. 오는 6월 13일 11시 세종호텔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이어 강원도 민주화운동을 돌아보는 포럼을 개최한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시청광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도전 골든벨’이 열린다. 오후 7시에는 ‘5월의 열정·6월의 함성으로 평화를 노래하라’라는 주제의 문화제도 진행한다. 기념식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재수 춘천시장,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 민병희 교육감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화제에선 민중가요의 상징인 ‘정태춘·박은옥’과 ‘모두골’, ‘런 갯마당’, ‘호닮사’등의 공연도 펼쳐진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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