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 망종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한다. 양력으로는 6월 6일 무렵이다. 망종은 벼와 같은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로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다.

망(芒)은 ‘벼나 보리의 꺼끌꺼끌한 털’을 의미하고 종(種)은 ‘씨앗’, 혹은 ‘파종’을 의미한다. 즉, 말 그대로 벼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라는 뜻이다. 망종은 현충일과 자주 겹친다. 귀주대첩이 있었던 고려 현종 때부터 망종에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 망종 즈음해 현충일을 제정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또 이 시기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매실이 열리기 시작하는 때이다.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에는 보리농사가 많은 남쪽일수록 더욱 바쁘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농가는 모내기 준비로 바빠진다. 이 때 가뭄이 들면 농부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하지만 가뭄 걱정도 잠시, 농부의 마음은 다시 장마 걱정으로 어두워진다.

망종에는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드는 시기에 따라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어 빨리 거둬들일 수 있다. 5월에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되어 망종 내에 수확을 할 수 없게 된다. 곧,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보리수확의 늦고 빠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서 보리 익을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망종 시기가 지나면 밭보리가 그 이상 익지를 않으므로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무조건 베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망종에 풋보리 이삭을 뜯어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남 지역에서는 이날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이라고 해서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보리가 잘 여물어 그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날 먹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하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되고, 그해에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망종에 천둥이 치면 그해의 모든 일이 불길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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