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남산면 강촌리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대의 관광지로 손꼽혔다. 초여름이 되기 시작하면 강촌 유원지는 젊은 남녀들로 가득 찼고 강촌은 청춘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로새겨진 낭만의 공간이 되었다. 수량이 풍부한 강과 어우러진 강변의 멋진 경치도 청춘을 불러들이는 중요한 요소였지만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1972년 12월 29일 개통된 등선교(일명 출렁다리)다. 

개통 당시 행정구역으로 춘성군 서면 당림리와 남면 강촌리 사이에 가설된 등선교는 일본 삭도 주식회사의 기술협조를 받고 주요 자재를 수입하여 대림산업이 건설하였다. 중간에 교각이 없는 전국 최초의 현수교로 길이가 270m, 폭이 3.4m였다. 특히 다리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하여 차와 사람이 다닐 때마다 출렁거려 일명 ‘출렁다리’로 불렸다. 다리가 준공되고 1973년 7월 5일 춘성군에서는 교량의 안전과 관리를 위해 ‘등선교 통행료 징수조례’를 제정했다. 소형승용차, 2t 이하 소형화물차, 사람만 통과할 수 있게 하고 각기 통행료를 부과했는데 소형승용차, 소형화물차, 삼륜차는 100원, 이륜차, 우마차는 50원, 손수레 30원, 사람(7세 이상)은 10원이었다.

197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출렁다리 등선교. 주말이면 수도권의 노동자와 대학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처=춘천문화원《춘천의 어제와 오늘》             

등선교의 등장은 금세 전국으로 소문이 나 경춘선 열차는 주말이면 수도권 지역의 노동자, 대학생들로 미어져 출렁다리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규칙의 틈은 날로 벌어져 시내버스, 관광버스, 과적 트럭이 다니기 시작했고 다리의 균열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1978년 8월부터는 차량통행이 금지되었고, 차량통행을 위한 대체 교량이 건설되었는데 이것이 1981년 12월 30일 준공된 강촌교다. 이후 1984년 수해를 입게 등선교는 복구 불가의 판정을 받는다. 춘성군은 1985년 6월 5일부터 8월 말일까지 3개월의 철거계획을 수립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6월 22일 철거작업 중 다리 양쪽을 지탱하고 있던 2개의 쇠밧줄이 끊어지면서 인부 8명의 사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015년 9월 11일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만 있던 등선교의 추억은 다시 현실이 되어 등장했다. 강촌천 위에 옛 등선교 5분의 1 모양으로 가설하여 추억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강촌IC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 위한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면서 남산면 강촌리와 46번 경춘국도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량인 강촌대교가 2017년 12월 개통되었다. 이로써 강촌은 등선교를 거쳐 강촌교, 강촌대교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으나 그 옛날 출렁다리가 만들어 준 느림의 추억은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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