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터의 토양오염 정화 사업이 엉터리였다는 사실은 분노를 금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뭉친 시민의 힘을 그냥 보상 받아내는 일로 끝내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그간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연대를 한 시민단체들은 범시민대책위원회라고 하기에는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었다. 문제에 대한 정파적 이해가 개입돼 시민 전체의 연대기구가 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정파적 이해 없이 비교적 전체 시민을 대표할 기구가 만들어진 가장 최근의 경험은 지난 2016년 경춘선 ITX의 요금인상 저지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4년 만에 비교적 다양한 성격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이는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한다. 대한노인회춘천시연합분회, 춘천시이통장협의회연합회, 춘천시주민자치위원회 연합회, 춘천시여성단체협의회, 춘천시농민단체협의회,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운영위 등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했다. 앞으로 춘천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의회 등 정치권까지 결합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보상을 확실하게 받아내겠다고 했다. 1천750억 원을 들여 국방부로부터 사들인 땅의 오염을 제대로 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백번 천번 옳은 일이다. 이재수 시장이 1차로 정화요청을 했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만큼 시민들의 힘을 합쳐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시장이 이런 내용에 대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처럼 안 되면 미군기지가 있었던 여러 지자체와 그 곳의 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라도 오염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이 일은 이 일대로 완수를 하더라도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차제에 기획해보면 어떨까 한다. 춘천을 전국 최고의 생태도시로 만들기 위한 기관이나 제도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많은 시민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김에 춘천시를 전국 제일의 환경친화도시, 생태도시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미 춘천시는 500억 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2022년까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캠프페이지 터에 조성될 시민공원을 주변의 산림과 연결시키는 바람길 녹지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춘천시민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소양호, 의암호를 춘천시민의 삶에 녹여 낼 연구와 고민을 함께 진지하게 시작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길 녹지축을 구상하기 위해 춘천시가 공무원을 파견해 돌아보고 온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와 같은 도시는 1명의 총괄시장 아래 7명의 시장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환경담당 시장이고 이 안에는 6개 국에 17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공무원 조직법에 따라 이런 직제가 불가능하다면 가칭 춘천시생태연구원 같은 기구를 별도로 만들어봄직도 하다. 여기서는 철저하게 시민의 입장에서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삶의 기본 방식을 설계하도록 한다. 전문가가 참여하되 시민의 안위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환경과 생태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런 기구가 진작 있었더라면 국방부가 캠프페이지 터의 토양오염 정화를 하는 전 과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캠프페이지 방사능 유출 의혹은 물론 다른 지역보다 높게 측정되고 있는 춘천지역 방사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권고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최고의 친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생태환경이 가장 큰 관광자원인 도시로 한 해 방문객이 30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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