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환(춘천시 먹거리육성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어느 때 보다 먹을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코로나에 직면한 각국에서는 식량수출을 중단하고 있으며 곡물과 축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식량자급율이 20%밖에 되지 않지만 넘쳐나는 수입농축산물로 인해 식량의 중요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우리나라에서도 농업과 국내산 농축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여 년을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업·농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민운동조직에 몸담아 오고 있는 필자는 농업과 식량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상황을 보면서 농업이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침체되어가고 있던 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교휴교가 몇 달째 이어지면서 급식중단에 따라 판매처를 잃은 농축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되고 있는 꾸러미 사업에 대한 학부모와 농민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에서 보듯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얼마다 다행스러운 현상인가. 전에 없던 지자체들의 농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춘천시의 먹거리정책은 어떨까?

춘천시에서는 시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많은 사업들이 추진 중에 있다. ‘먹거리가 행복한 도시’ ‘농업과 도시가 함께 사는 춘천’의 취지 속에 추진되고 있는 먹거리 관련 사업을 보면 ‘춘천푸드플랜수립’, ‘재단법인 춘천시 먹거리 통합지원센터’, ‘농산물가공센터’,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먹거리복합문화공간’, 소비자들이 안심하는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춘천인증제도’, ‘식품산업클러스터지원단’, ‘춘천먹거리정책발굴단’ 등이 있다.

춘천푸드플랜은 춘천의 먹거리 사업의 중장기 계획으로 농업의 구성원 중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농을 중심으로 한 생산의 지속성, 먹거리 취약계층의 먹거리 접근성확대, 로컬푸드 소비확대와 푸드마일리지 최소화를 통한 건강한 식자재공급, 음식물 쓰레기 절감, 폐기물이 아닌 자원화를 통한 순환을 아우르는 먹거리 정책이 총망라되어있다. 

시민중심의 먹거리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춘천시지역먹거리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춘천시먹거리육성위원회’가 농업인, 생협활동가, 시민사회단체, 농업인단체, 시의회, 영양교사대표, 학부모대표, 농축산물유통조직, 시의회, 행정, 요식업, 식품산업관계자로 구성되어 매달 운영되고 있다. 

상황은 전과 달리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의 다양성과 먹거리 산업 확대를 통한 지역농축산물의 지역 소비 확대 사업을 시민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쉽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또한 먹거리와 문화를 연결한 관광객 유치 전략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종국에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통한 새로운 춘천 건설이라는 발전 방안이 사업 당사자인 농민과 시민의 이해와 참여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사업 주체의 이해와 참여 못지않게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각각의 먹거리사업들이 얼마나 통합성과 연관성 있게 추진되는가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춘천시 먹거리육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지만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서 좀 더 통합적이고 연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가 늘 고민이다. 

진정 먹거리가 행복한 춘천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하게 각각의 사업들을 엮고 다양한 당사자들이 사업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이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조정하고 통합시키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많은 이해와 참여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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