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그믐달시낭송콘서트 대표)

시낭송에선 ‘명료한 낭송, 자연스러운 낭송, 감동적 낭송’을 지고지순한 최고의 가치로 친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 그러려면 시의 어조와 태도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아가 낭송할 시에서 어조와 태도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정하고 임해야 한다.

시낭송에서 낭송가의 왜곡된 감정이나 과잉감정, 극단적 허위의식을 우리는 종종 본다. 이는 어조와 태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또 낭송에서 구체적 어조와 태도를 미리 정하지 못해 길을 잃고 헤매기 때문에 초래된 비극적 희극이다.

만일 우리가 구체적 어조와 태도를 정하고 낭송에 임한다면, 시적 상황에서 오는 반응에 따른 충동이 일어날 때 그 충동을 낭송가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러운 낭송이 가능해질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모션 전달의 인계철선이 어조와 태도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낭송은 감동적 낭송으로 가는 지름길. 이럴 때 낭송가에게는 모국어 본능이 작동돼서 발음과 발성까지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선 어조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태도란, ‘~에 대한 태도’인 것이다. ‘특정 대상을 전제’로 한다. 태도는 ‘시적 주체와 시적 대상이 맺는 관련 양상을 드러’낸다. 태도가 파생되는 지점은, 바로 ‘주체와 대상이 맺는 관계’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어조를 ‘화자의 심리 상태’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거나, 태도를 ‘주관적 감정’의 표출로 이해해 왔다. 어조를 ‘화자가 청자나 제재(題材)에 대해 취하는 특정 태도’라 정의하며, 특정 인물을 전제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어조를 특정 인물이 내는 특정한 목소리로 기능한다고 정의해 왔다. 김준오와 김지엽의 주장을 보자.

김준오는 《시론》(삼지원, 1996)에서 “어조는 제재와 청중(독자), 때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정의된다. 요컨대 ‘목소리’의 비유다. 이 목소리가 화자의 태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 작가는 글을 쓸 때 어떤 감정 상태의, 비판하는 입장의, 또는 지적으로 냉정한 어떤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딱딱한 (또는 공식적인)/부드러운 (또는 비공식적인) 어조, 거만한/겸손한 어조, 냉정한/감정적 어조, 직선적/반어적 어조 등이 탄생한다. 이렇게 어떤 목소리를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선 제재에 대한 시인의 입장과 결부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태도가 제재나 명제에 지배받지 않는다(또는 지배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제재나 명제를 개성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그는 남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 목소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이지엽은 《현대시 창작 강의》 (고요아침, 2005.)에서 “한 편의 작품에 드러나는 말하는 사람을 ‘시적 화자’라고 하며 특정한 태도를 일컬어 ‘어조’라고 한다. 어조는 그러므로 한 작가가 이야기의 서술 속에서 소설 내적 요소나 독자들을 향해 가지는 태도의 특성을 의미하는 용어다. 즉,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작가의 ‘개성적’ 특질을 말하며, 목소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라고 했다.  

김준오와 이지엽의 주장에 따라 시낭송하기에는 곤혹스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태도=어조’라며 태도가 어조를 낳는다고 하는데, 무엇이 태도를 낳는지에 대한 해명이 없어 어조 발생원인과 형식을 탐색할 수 없다는 점. 둘째, 한용운과 김소월 시의 화자는 여성 화자로 받아들여지는 게 일반적인데, 목소리를 화자의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시인과 화자가 뒤섞여버려 구별되지 않는 착란이 일어난다는 점. 셋째, 예찬의 태도를 취하더라도 주체가 대상과의 관계에서 우월할 경우, 어조는 풍자가 된다.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를 살펴야 반어와 역설을 짚어낼 수 있는데,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이처럼 주관적 태도로는 반어와 역설을 짚어낼 도리가 없다는 점. 넷째, 화자 (혹은 시인) 고유의 목소리와 실제 시의 어조가 동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조는 내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보는가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조는 ‘나와 세상이 연계된 방식’ 바로 그 지점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어조는 화자의 감정만을 드러내는 주관적 태도가 아니다. 태도란 대상과의 관계를 반영하는 객관적 지표다. 낭송가야말로 어조와 태도에 깊은 관심을 지니며, 내내 궁리하고 톺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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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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