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행 1년 가깝도록 공직사회에 뿌리 못 내려
대민접촉 업무 많은 지방공무원들 특히 고충 많아
악성민원 보호장치·보상체계·인력충원 등 해결해야
행안부 대책 마련…지방공무원 고취에 정책 초점

적극행정이란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근거 규정은 △헌법 제7조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명시돼 있다.
반대 개념인 소극행정은 공무원의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8월, 적극행정을 장려하는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해 적극행정을 제도화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기조로 강조돼온 적극행정이 본격 시행을 선언한 지 1년이 가깝도록 공직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적극행정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률과 시행령의 유권해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법제처에 주문했다. 대통령의 다소 이례적인 지시는 적극행정의 성과가 그만큼 지지부진함을 반증하는 사례로 여겨진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국민을 웃게 하는, 우리는 적극행정 공무원’이라는 표어를 만들었다. 행정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지방공무원들을 고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적극행정의 보루인 지방공무원들을 눈물 짓도록 만드는 사건들이 빈발하면서 행안부의 표어는 퇴색해 가고 있다. 최근 창원시에서 40대 남성 민원인이 50대 여성 공무원을 폭행해 실신시켰는데도 동료 공무원들이 그 민원인을 적극 제지하지 못했던 사례는 적극행정의 암울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강원도 공무원의 고충    

강원도에서도 적극행정 공무원은 민원인들에게 봉변당하기 일쑤다. 강원도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결과 “적극행정은 공무원 개인의 선의로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적극행정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 공무원들의 적극행정 의지를 좌초시키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악성민원이다. 민원을 앞장서 해결하다 보면 오해를 사거나 고발당하는 일까지 생기는데 이럴 경우 보호 장치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춘천시청 소속 A공무원은 3년 전,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관계 조항을 찾아가며 구제를 위한 적극행정을 펼쳤다. 본래 규정에서 벗어나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관련 부처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주민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도우려고 동분서주하던 A공무원을 찾아와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했다. 

특정 민원인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행패에 가까운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 업무방해를 할 수 없도록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적극행정을 펼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적극행정은 문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공무원 개인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는 일인 만큼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게 경제성의 원리와도 부합된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공무원 개인 차원에선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적극행정을 펼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무원 수를 늘려 왔으며, 2022년까지 17만4천 명의 공무원이 증원될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개선해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행정안전부 대책

적극행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장관 진영)가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공무원이 안심하고 적극행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에 대한 보호범위를 확대한다. 공무원이 적극행정 지원위원회에 업무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고, 그 의견대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자체감사를 면책하여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적극행정을 추진하여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확실히 부여한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에게 별도의 성과급 지급단위를 구성하여 최고등급(S)을 부여한다. 적극행정 추진성과가 타 자치단체에도 귀감이 되는 경우 행안부 장관이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발하고 해당 공무원과 그 자치단체를 표창하거나 포상한다.

셋째, ‘적극행정 지원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하여 자치단체 현안해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명칭을 ‘적극행정위원회’로 변경하여 현안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다.

이재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지방공무원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행정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열심히 일한 공무원이 확실한 보호와 보상을 받고, 장차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의 표준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행정안전부의 노력이 정극행정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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