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관련 규정이 제정되었고 지난 9일 개정령이 입법 예고된 ‘적극행정’이라는 행정 용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는 춘천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말이기 때문에 대강 뭘 의미하는지를 추측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이 말을 쓰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적으리라 생각된다. 뭔지 모르겠지만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서 능동적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하려나 보다는 정도의 짐작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정도로 짐작해도 문제가 될 건 없지만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성장하려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정부가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행위나 태도 정도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적극행정이 왜 필요한지를 국민들이 조금 더 생각하고 알아야 한다. 이 개념이 한국 역사의 맥락 속에서 지니는 무게는 적지 않다. 결코 간단하게 ‘능동적으로, 열심히 일하라’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역사를 간단히 되짚어 보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임시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100여 년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고 정부가 수립된 때로부터만 따져도 된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독재와 민주화의 험로를 지나온다. 저항하는 국민을 향해 발포하는 만행으로 끝이 난 1공화국의 독재를 딛고 잠깐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2공화국을 넘어 3공화국으로부터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는 심각한 군사 독재 시기였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과정 속에서 국민들은 모두 민주화의 열망으로 하나가 되었던 시절이다. 마침내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게 돼 이른바 문민정부가 탄생했다. 독재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화가 달성되고 난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동안 많은 국민이 흘린 피와 땀의 대가로 아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했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그와 달랐다. ‘망국의 정파성’이 분열의 틈을 비집고 고개를 드는 바람에 한국사회는 합리성을 많이 잃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합리성이 파괴되기 시작하면서 악성 민원이 창궐했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이라면 정말 ‘찍 소리’도 내지 않았을 사람들이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화의 이념 뒤에 숨어서 민원을 내기 시작했다. 공직자들이 태만해서 정말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민원을 내기도 하지만 소위 ‘전문 민원꾼’이라는 사람들이 사람을 괴롭힐 목적으로 몇 줄 적은 서류 한 장으로 공직사회를 뒤 흔들고 주위의 선량한 시민들을 겁박하고 괴롭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담당자에게, 여기서 말을 듣지 않으면 상급기관이나 감사관실에, 나중에는 청와대나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무고성 민원을 내고 있다. 

이들을 막으려면 적극행정 관련 개정안에 보다 적극적인 공무원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 폭력이나 협박 등 악성민원인의 다양한 업무방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근거도 없는 무고성 민원을 검토하고 조사하는 데 들어가는 인적, 물적, 시간적 낭비를 줄이기 위하여 민원 제출 방법도 보완해야 한다. 민원 내는 사람도 책임 있게 문제를 제기하도록 자신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근거를 충분히 제대로 제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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