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혜린 (별빛산골유학센터 교사)

코로나19는 사회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겨울방학식을 신나게 맞이했던 아이들은 5월도 중순이 되어서야 학교 운동장을 밟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육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코로나19를 통해, 학교의 본질적 역할이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학교는 수업을 통해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별빛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부모들이 걱정했던 것은 집에서 계속 돌보면서 밥을 해 먹여야 한다는 부담이었다. 별빛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친구랑 놀지 못하는 것’이었다. 공교육 교사들은 난데없는 온라인 개학을 해야 했고, 경험교육(Experiental learning)을 기반으로 하는 대안학교들은 방학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별빛에서 농촌유학을 하며 농가에 지내는 아이들은 오히려 이곳이 안전하니 도시 집에 가는 날에도 춘천에 머물렀고, 농가의 할머니·할아버지는 끝나지 않는 개학연기를 힘에 부쳐하셨다. 

5월 27일 수요일이 되어서야, 별빛의 아이들은 개학을 맞았다. 집에서 너무 심심했다고, 학교에 너무 가고 싶었다고 했던 아이들은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6월 지금에도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뛰어논다. 하얀 마스크와 대비되게 빨개진 얼굴로 웃고 소리 지르며 뛰어논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그 웃음을 볼 때면, 또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울 때면, 늘 생각한다. 급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사회이지만, 모든 아이들의 유년시절은 그런 웃음과 소리들로 가득차야 하고, 우리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이다.

대다수 부모님들이, 또 교사들이 아이에게 갖는 바람은 같을 것이다. 이 아이가 커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아이를 만나고 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관점은 교육자마다 다를 수 있고, 각자가 추구하는 교육철학 또한 다를 것이다. 교육의 목적을 ‘한 사람이 타고난 고유의 개성을 온전하게 완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했을 때, 유아, 초등 시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다. 가장 발달 되어야 하는 것이 정보의 습득이 아닌, 느끼고 생각하는 감각과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이 감각과 판단력은 자유롭게 뛰어놀고, 마음껏 관찰하고 놀이에 몰입하며, 나름의 갈등과 위기를 겪고 해결하며 자라난다. 이 과정이 건강하게 일어날 때, 자라는 동안 사회적 자아가 형성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또래집단’을 잘 형성할 수 있다. 관계는 소통을 기본으로 하고, 이 소통에는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잘 표현할 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별빛은 도시에 비해 유아기, 아동기 아이들이 뛰놀며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축구도 하고, 자전거와 씽씽이도 타고, 해먹도 타고, 나무도 타고, 개미와 노린재도 관찰하고, 모래놀이터에서 함정을 파고, 트리하우스(‘별빛’에서 일본의 모험놀이터를 모델로 하여 만든 나무 놀이터)를 오가며 자기만의 모험을 한다. 유아기, 아동기에는 ‘학습’이 아닌, 행동과 감각을 통한 ‘경험’으로 스스로 깨닫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난다. 안전한 공간보다 감수할 수 있는 ‘위기’가 있고, 그 위기를 넘어섰을 때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더 높은 단계의 시도와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한 뼘 더 성장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별빛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뛰어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놓아도 아이들이 올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번 코로나19로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서머힐스쿨(Summerhill School) 또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서머힐 역시 세운지 99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을 돌려보낸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과 홈스쿨링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계속해서 올 것이라 예상했을 때, 고민은 깊어진다. 부모의 역할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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