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개인전 “청춘천”…28일 까지 5NOTE(스포츠타운길 347-9)

오래된 집과 골목길, 길모퉁이 구멍가게, 한적한 길을 가는 자동차, 달이 뜬 밤풍경, 꽃이 하늘을 가릴 만큼 가득한 동네 등 서현종 작가 춘천을 표현한 그림 속 풍경들이다.

실제와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속 춘천은 관람객에게 당신의 기억 속 춘천은 어떤 곳이냐며 질문을 던진다.

서현종 작가가 <우리 계절>과 <춘천의 달2> 앞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서 작가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그림만 그린다. 오래전 입시미술 강사로 20년을 살았고, 작은 갤러리의 주인장으로 한 눈을 팔기도 했었다. 그러다 2009년부터 본인의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3 학생들을 상대로 입시미술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똑 같은 날들을 보냈다. 나의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고 내 그림을 그린 적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 그림을 그린 적이 없구나. 애들을 미대에 보내는 기술자였구나…뼈아픈 자각이 몰려왔다.”

이후 자신만의 그림을 찾기 위해 춘천의 골목길 등 일상적 풍격을 사실적으로 캔버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초기의 사실적인 화풍은 시간이 흘러 현재의 동화적인 화풍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를 마감한 시내버스가 종점에 도착한 깊은 밤, 오래된 집들은 등을 맞대고 잠을 청한다. 골목길 고양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고 있는 화가의 작업을 염탐한다.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잠투정을 달래는 엄마의 자장가가 들려오듯 교동과 망대의 밤이 깊어간다. 그 시간 길모퉁이 구멍가게에서는 막차를 타고 귀가한 아저씨들이 막걸리 잔을 비우고 있다. 밤하늘 그믐달이 그 모든 걸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전시 중인 26작품들은 서 작가의 그런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골목길을 그린 사실적인 초기작부터 동화적 표현이 가득한 춘천 풍경 등 최근 작품들까지.

“일상생활도 작업도 계획을 세워서 치밀하게 하지 않는다. 자연스런 흐름에 맡긴다. 현재의 화풍도 그렇게 생겨 난거다. 춘천을 사랑해서 춘천을 그린 거고. 추억이 많으니 그림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급격하게 변화해가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작품 속 춘천은 나의 바람과 희망 그리고 아쉬움이 섞여있다.”

그의 바람과 희망이 담긴 춘천은 거대한 꽃과 나무가 하늘을 뒤엎은 상상의 마을로 재탄생했다. 

화가는 특정시기 마다 본인을 드러내는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2019년 서현종의 색은 코발트 블루였고 2020년 서현종의 색은 컴포즈블루이다.  

따뜻하고 온화한 컴포즈블루는 그의 손을 거쳐 춘천의 밤을 아라비안나이트 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만들었다.

“굳이 해석하고 규정짓고 싶지 않다. 지금 살고 있는 자그마한 교동집에서 손과 영감이 이끄는 대로 쉽고 재미있게 오래도록 그리고 싶다.” 그믐달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가 남긴 말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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