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김상나

2018년 공연 <이상한 로미오와 더 이상한 줄리엣>“예를 들어, 우리 때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방법이 브로마이드와 책받침이었거든요. 지금은 전철 광고판에 생일축하를 해줘요. 한 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파장이 넓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한 10~20년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춘천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좋아하는 그것을 지금까지 업으로 살고 있는 그녀, 그녀는 40대다. 서울이 아닌 이곳에서 무용으로 한 꼭지를 담당하고 있는 그녀다. 그녀가 말하는 문화의 보편성은 이랬다. 10~30대는 문화 접근성이 빠르고 쉽다고. 한 예로, 발레 전공은 아닌 후배가 발레에 빠져 사는데 외국 발레단 오면 꼭 보러 가고 서울로 레슨도 받으러 다닌단다.

“10~20년 뒤에는 나에게도 옆 사람에게도 그 열정의 문화가 무엇이든 쉽게 체감이 되지 않을까요?”  

김상나 현대무용가.      사진=김남순 시민기자

(그 힘든) 무용을 왜 하셨어요?

“완도에서 살았던 초등 시절 때 무용반과 산문반을 왔다갔다 했어요. 중학교를 서울로 왔는데 무용이 수업에 있었어요. 무용하려면 어떻게 하냐니까 대학교 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 1때 시작했어요. 평범하게 자라기를 원하셨던 엄마가 엄청 반대하셨어요(웃음). 산문이랑 동시 쓰는 것도 좋아해서 지금도 잡지랑 글 보는 것 좋아해요.”  

참 신기했다. 인터뷰 내내 ‘예를 들어’로 알기 쉽게 표현해 주는 그녀에게서 두 개의 모습이 겹쳐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사람 분명히 무용을 말로 설명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글이 쓰여 있는 두루마리가 펼쳐지는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그랬구나!’였다. 몸짓인 무용으로 관객을 만나는 그녀가 말로도 너무나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현대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현대무용은 창작이예요.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커피를 마시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컵 모양에 따라 바뀌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내 느낌, 내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로 작품이 나와요. 단순화된 것을 여러 의미로 확장시키는 게 현대무용이에요.”

2019년 공연 <그녀가 말했다>      사진 제공=김상나

그런데 어.렵.다! 특히 현대무용은 발레보다 어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발레는 극 위주, 즉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가 있어요. 많이들 현대무용을 어려워해서 전체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씩만 보라고 말해요. 그냥 가서 ‘저 팀 군무를 잘 맞추더라!, 어떤 장면에서 어떤 무용수가 너무 멋지더라!, 잘 놀더라!’ 이렇게 조금씩 흥미가 생긴다면 하나씩 파장이 넓어지겠죠?”

“공연장을 찾아올 수 있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부담감 없이 찾아오는 관객이요. 문화는 관심이에요. 관심을 먼저 줘야 할지, 관심을 받게 내가 더 잘해야 할지… 서로서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우리나라는 시민 향유 프로그램은 엄청 많아요. 문제는 참여하는 시민이 부족해요. 어르신들도 정년퇴임을 해야 취미 활동을 하시잖아요.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현대무용에 대한 제 희망이 생겼어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다가요(웃음). K-POP 버스 킹(길거리 공연)을 외국에서 하는데 외국인들이 다 따라 하더라고요. 물론 대중음악은 리듬감, 비주얼, 정형화된 콘텐츠가 있어서 이런 군무랑 떼창이 가능해요. ‘현대무용은 지금은 어렵겠지만 여러 포맷이 많이 나온다면 가능하겠다’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춘천에서 문화는 어디 쯤 왔을까요?

“재단이나 공연하는 사람들은 관객이 있어야 하고 시민의 문화 향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괴리감을 주는 그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건지… 인프라와 공연 스텝은 많은데 이상하게 데면데면해요. 유연성이 있는 마인드가 아니에요. 춘천은 클래식은 매진인데 현대무용단과 연예인 콘서트가 잘 안된다네요. 대학교가 있는 것 치고는 너무나 조용한 도시예요. 물이 많아서 그런가?(하하하) 분명한 것은 흥에 겨운 도시는 아니에요.” 

2018년 공연 <이상한 로미오와 더 이상한 줄리엣>     사진 제공=김상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녀.

“유봉과 춘천여고 무용반이 다 없어졌어요. 강원대 무용과 졸업하고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요. 춘천에서는 힘드니까요. 대학 친구들에게도 무용을 계속하라고 강요 못하겠더라고요. 계속 무용할지 고민된다는 후배들에게도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대가 무서워진다는 선배들의 말씀이 이해가 가요. 그렇지만 무대로 올라가면 너희가 주인이다. 관객한테 보여주려고 무용하는 동안은 연습을 열심히 하라고 해요. 너 혼자 집 거울 앞에서 출 거냐고. 연습을 해서 기량을 올리고 관객들에게 다 보여주라고. 그런데 참 힘들어요. 지금 애들은 그렇게 얘기해서 백프로 자기 것으로 받는 애들이 없어요. 너무 열 받지 말고 더 내려놓으라고 신랑이 조언해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신랑 이준철 무용가의 이야기를 물었다. 

“같이 작품 준비로 연습하다가 연애가 시작됐어요. 제가 춤추는 스타일이 변화가 돼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20분 동안 듀엣을 표현하는데 서로 결이 다른지라 엄청 싸웠어요. 신랑은 감정을 많이 담아 표현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동작 위주였거든요. 그때 작은 무대였지만 인기상도 받고 기억에 많이 남아요.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던 작품과 그 사람이었어요(웃음).”

예술장르에서 여러 분야가 융합되면 다른 시너지가 나온단다. 연극과 협업해서 작품을 창작했던 적도 있었다고.

“그런데 아직 대중예술하고는 안 섞이네요. 예를 들어, 방송댄스를 하는 애기들을 보면 음… 아직 안 이뻐요. 그 친구들은 흥미와 재미가 있으니까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 심심하게 하더라도 발레를 해서 몸 라인을 좀 예쁘게 해주지…그래요. 그러면 친구들이 계속 예술가 하라고, 아직 똥줄이 덜 탔다고 말해요.(하하하). 그렇지만 전 딱 좋아요! 아직까지는 후회 안 해요. 사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없이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선택은 내가 했으니까.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이걸 안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웃음). 슬프지만 또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그녀가 바라는 건 이거란다. 

‘이거 하나 오늘 재미있었는데 이거 보러 나중에 다시 와야지~!’하고 돌아가는 관객. 내 돈 내고 내 발로 극장을 찾아가기에 부담을 갖지 않는 관객. 예를 들어, ‘오늘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해요?’라고 복장규정(dress code)을 묻는 것 보다는 쉽게 찾아 와 즐기다 가는 관객.

백종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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